중국내 고구려 유적지 훼손 심각

중국 랴오닝(遼寧)성 소재 고구려 산성 유적지 현장 조사에 나선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원들은 10일 좡허(庄河)현에 위치한 성산산성에 도착하면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산성 정상부에 선 저 건물들은 도대체 뭐지?”

“산성을 복원해 놓았네… 근데 뭔가 이상한데.”

고구려가 수와 당의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세운 고구려 천리장성 유적 중 그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있다고 평가되던 성산산성이 종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자 연구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다롄(大蓮)시 정부가 성산산성을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성 곳곳에 건물들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산성 정상부 장대(將臺.장수 지휘처)와 내성(內城.성 내부의 또 다른 성)터, 성 내부 주거지 등지에 복원해 놓은 누각 등의 건물들을 관찰한 연구원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철저한 역사고증을 거치지 않은 듯 들어선 건물들은 명.청대 기와 양식으로 지어 중국적 색채가 완연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내성터에 복원한 건물은 고구려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은 돌기둥과 돌벽 등으로 이뤄진 석조식이었다.

재단 연구원들은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고구려 문화를 중국 문화로 오인할 수 있으며, 아울러 중국 당국의 역사왜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단 발해사연구팀 윤재운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발해의 수도 상경용천부 궁성터 등을 비밀리에 복원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곳처럼 중국식 건물만 잔뜩 쌓아올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존 성벽을 손질한 복원 성벽 또한 고구려 축성술을 무시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았다.

고구려 성곽은 돌을 삼각형으로 깎아 서로 맞물리게 쌓아 올린 게 특징이다. 하지만 복원 성벽은 돌을 네모로 깎아 마치 성냥갑을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기존 고구려 산성과 비교해 복원 성벽은 견고성이 현격히 떨어진 듯한 느낌을 줬다.

한 연구원은 “기존 성곽에 대한 아무런 구조보강작업을 거치지 않고 쌓아올림으로써 새 성돌의 하중이 기존 성곽의 붕괴를 촉진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성벽에 여장(女墻. 성벽 위에 설치한 톱니바퀴 모양 담장)이라고 하는 부속 구조물을 복원해 놓기도 했으나 그 진정성 자체가 의심을 사고 있다. 고구려 시대 여장 형태를 알려줄 만한 어떠한 기록이나 유물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광의 재단 연구위원은 “원형을 확인할 수 없는 유적은 무리한 복원보다는 남아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또 다른 훼손을 막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성이 떨어지는 성급한 복원은 성산산성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예컨대 다롄시 진저우(金州)구에 위치한 대흑산산성(비사성)에도 중국 당국은 장대에다가 중국식 누각을 세워 놓았으며, 그 입구에는 중국의 문화유적지에서나 볼수 있는 대형 용조각을 세겨 놓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진(新金)현의 왜패산성(오고산성)에서는 성 내부에 들어선 대형 사찰이 성벽의 많은 부분을 절단한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등타(燈塔)현 소재 백암산성의 경우, 산성 앞 100여m까지 석회 광산이 밀고 들어와 폭발물을 터뜨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재단의 또 다른 연구원은 “지반을 크게 흔들어 백암산성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백암산성은 고구려 천리장성 유적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고구려연구재단 임기환 실장은 “문화재 복원은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거쳐야 하는데, 이런 식의 복원은 또 다른 훼손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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