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 최근호에 실린 기고는 이런 변화의 일단을 드러내고 있다.

기고는 당내 민주 발전을 위해 경선방식의 선거제 도입과 영도시스템 및 정책결정시스템의 개혁을 통한 권력집중 방지를 주창했다.

이런 형태의 방향 제시가 당 17기 출범을 앞두고 영도들의 물갈이가 한창인 지방조직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고문을 게재한 학습시보가 당 최고의 간부 교육기관이자 최고 권위의 싱크탱크인 중앙당교 기관지란 점에서 당 중앙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각에서 출발해 스스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기고가 제시한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이미 지방 조직에서 시험되고 있어 2007년 가을 당 17기 전국대표대회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변혁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기고는 당 중앙 편역국(編譯局) 소속 한 연구원의 명의로 작성됐지만 당의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당내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 당 운영시스템에 비춰 이미 내부의 컨센서스가 이뤄진 정책으로 추정된다.

기고는 먼저 경선제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며 민주주의와 당원의 권리 보장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당내 민주의 필수불가결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은 2001년 쓰촨(四川)성 핑창(平昌)현의 당 기층조직인 향.진(鄕.鎭)위원회 서기를 공천을 통해 직접선거로 뽑은 것을 시작으로 일부 지방조직을 대상으로 선출제 도입을 시험해왔다.

2004년에는 쓰촨성 45개 향.진 위원회 서기가 공천직선(公推直選)으로 선출됐고 지난해 10월까지 전국 210여개 향.진에서 이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이런 형태의 시험은 기층조직의 상위개념인 지방조직에까지 확대돼 2003년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시 페이(沛)현이 공천공선(公推公選) 방식으로 현장 후보를 냈고 지난 3월부터 쉬저우시 3개 구(區)에서도 구장 후보들을 같은 방식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시도된 공천직선이나 공천공선은 여러 명의 후보가 경합하는 경선제와 달리 단일후보를 놓고 직접 또는 간접선거를 하는 방식이다.

기고는 현재 시험적으로 실시되는 두 가지 방식에는 불완전한 요소가 있다고 지적하고 당내 민주 발전에 대한 객관적인 요구를 수용해 당내 선거에 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고가 경선제 도입과 함께 제시한 당 영도체제와 정책결정시스템의 개혁은 권력집중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실용주의를 강조한 덩샤오핑(鄧小平)은 1980년 ‘당과 국가 영도제도 개혁’이란연설을 통해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이 영도체제의 가장 큰 병폐”라고 경고한바 있다.

권력의 과도한 집중 현상은 당의 일원화 영도를 강화하자는 구호 아래 모든 권력이 당위원회에 집중되고 당위원회 권력은 다시 몇몇 서기, 특히 제1서기에 집중돼 당의 일원화 영도가 아니라 ‘개인영도’로 변질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영도조직인 서기판공회, 상무위원회, 전체위원회의 역할과 관계를 분명히 하는 등 영도체제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기고는 밝혔다.

이 작업도 일부 지방조직에서 시험되고 있다. 후베이(湖北)성 뤄톈(羅田)현은 2004년 당 대회의 상임제를 시행하면서 상무위원회를 폐지했고 대신 전체위원회가 정책결정을 맡도록 했다.

쓰촨성은 2003년 청두(成都)시 신두(新都)구의 서기판공회를 폐지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전체 현.시.구 서기판공회의 점진적인 폐지를 지시했다.

일부 영도간부의 밀실합의가 아닌 표결을 통한 정책결정도 2004년부터 지방조직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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