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줄 알았던 형을 만난다니 꿈만 같네요”

“죽은 줄 알았던 형을 만날 수 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무척 좋아하셨을 겁니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이찬영(71.서울시 중랑구) 씨는 21일 북에 있는 형 윤영(78) 씨를 만난다는 소식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신당동에 살던 이 씨의 가족들은 1ㆍ4후퇴 때 피난길을 나서려다 아버지가 전쟁 노무자로 차출되는 바람에 피난을 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5형제 가운데 맏이었던 형 윤영 씨가 아버지 대신 먼길을 떠나고 다른 네 형제와 부모는 경기도 발안으로 내려갔다.

이 씨 가족들이 윤형 씨를 본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가족들은 함께 징용된 사람들과 이웃에게 윤영 씨의 생사를 수소문했지만 전쟁 중에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윤영 씨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가족들은 전쟁이 끝난 뒤 신당동 집에서 계속 살며 윤영 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윤영 씨를 기다리던 아버지는 1999년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큰아들을 만나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찬영 씨는 “아버지 소원이 생전에 형의 얼굴을 한번 보는 것이었는데 대신 차출된 아들에 대한 죄책감을 끝내 지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찬영 씨는 “형이 과연 나를 알아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형을 만나면 제일 먼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형과의 만남을 기다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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