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아내와 함께 묻어달라”

“아버지가 저를 ‘복덩이’라고 얼마나 귀여워했습니까. 그런데 60살이 되도록 아버지라고 한 번 불러 보지 못한 딸의 큰 절을 받으십시오”

“아버지, 56년 동안이나 자나깨나 아버지를 보고 싶어한 아들 충남입니다”

28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 마련된 제4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에 서 유두종(90) 할아버지는 6.25 전쟁 때 북에 두고 온 아들 충남(57), 딸 봉은(60)씨를 화면을 통해 만났다.

전쟁 때 폐렴을 앓는 바람에 죽지 않았나 걱정을 한 딸이 고운 한복을 입고 이젠 손자를 3명이나 둔 60살의 할머니의 모습으로 자신 앞에 나타나자 유 할아버지는 “너 살리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며 전쟁 통에서 살아남아 준 딸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이남에서 일하고 있던 아버지를 만나러 내려 왔다 38선이 그어지는 바람에 다시 고향을 찾지 못했다는 유 할아버지는 자신을 기다리며 수절하다 숨진 아내의 얘기를 듣고는 “자식들을 혼자 키우며 고생 많았을 것인데…”라며 아내에 대한 미안함에 말을 끝맺지 못했다.

유 할아버지는 북측 자식들에게 “어머니의 묘소가 어딘지 꼭 기억해두라”며 “내가 죽으면 꼭 너희 어머니와 함께 묻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해 젊어서 헤어진 아내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충남씨는 유 할아버지가 상봉장에 함께 나온 남한에서 재혼해 낳은 3남1녀의 자식들을 소개하자 “남자답게 생겼어. 정말 귀엽게 생겼어. 꿀꿀하다(잘 생겼다)”고 일일이 말하며 이복동생을 새로 얻게 된 기쁨을 표현하고는 “통일되는 날 다시 만나자”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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