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동생들을 보게 돼 다행”

“홀몸으로 월남해 59년이 지났는데 죽기 전에 동생들을 보게 돼 너무나 다행입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사는 이인호(88)씨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6.25 당시 월남하면서 북에 남겨 둔 형제자매를 만나려 십여년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는데 이제야 적십자사에서 연락이 왔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씨는 “7남매 중 동생 4명이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누님은 돌아가셨지만 동생들만이라도 만날 수 있어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평안남도 온천군 출신인 이씨는 29살이던 1950년 인민군 징집을 피하기 위해 혼자서 고향을 떠났다.

그는 “야산에 머물면서 전쟁 상황을 지켜보다 남쪽으로 피난가는 대열에 합류해 대구까지 내려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피난 과정에서 국군에 입대해 당시 급박한 전황으로 정식 군번도 받지 못하는 ‘군번없는 병사’로 보조역할을 했다.

전장에서 총상을 입어 지금도 이씨의 가슴에는 그 때의 흔적이 남아 있다.

대구로 피난온 그는 군인들과 피난민이 뒤섞인 중구 교동시장에 가설식당을 차리고 국밥을 말아 팔면서 생계를 이었다.

대구에서 만난 아가씨와 결혼해 3형제를 낳고 키우는 등 성실한 가장으로 살았으나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이면 고향의 부모님과 동기들 생각에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1980년대 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고 매번 “혹시나…”하고 기다렸으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지난달 적십자사에서 이산가족상봉 예비후보에 뽑혔다는 연락이 왔고 건강검진을 거쳐 16일 최종 선발에 포함됐다.

이씨는 아들들을 데리고 오는 26일 금강산으로 가서 그리운 동생들과 만날 예정이다.

막내아들 주훈(52)씨는 “아버님이 60년 만에 꿈에 그리던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잠도 못 주무신다”며 “이제라도 상봉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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