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 8군 사령부가 2012년 하와이로 옮겨간다. 중앙일보는 우리 군과 미국 군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 “미군 당국이 미 8군 지휘부를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는 2012년을 전후로 하와이로 옮기기로 사실상 확정했다”고 5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 8군사령부를 하와이로 이전할지 여부는 미 육군의 개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1년 이상을 끌어왔다”며 “아직 한국 정부엔 공식 통보하지 않은 상태”라는 미군 관계자의 설명의 덧붙였다. 미 8군 사령부는 한국에 배치된 지 58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美 8군 왜 가나?=미 8군 사령부의 하와이 이전은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른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해외주둔 미군을 유연하게 배치해, 세계 어디에서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주한미군을 ‘인계철선’ 개념으로 북한의 남침을 예방하는 ‘주둔군’ 역할에서 중국과 타이완의 분쟁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와 기타 분쟁지역까지 투입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하지만 미 8군 사령부가 현재처럼 한반도에 묶여 있게 되면 동북아 지역의 분쟁과 안보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미래형 조직으로는 개편하기 어렵다는 것이 미군 수뇌부의 판단으로 전해진다.
또한 최근 북한 핵 문제가 일정 부분 진전되면서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탈냉전 상황’으로 급변하자 한반도의 전략적 의미에 대한 미군 수뇌부 인식이 변화된 것도 감지된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3일 “주한미군이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더 이상 전투지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드러냈다.
2006년 1월, 우리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고 미국은 한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군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우리정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양국이 주한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한반도 전력공백은 없나?=미군 관계자는 “미 8군 지휘부가 하와이로 옮겨가더라도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미 8군의 실무적인 작전기능은 한국에 남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면 미 8군 지휘부가 즉각 한국으로 돌아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 조직과 시설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게이츠 장관은 3일 이상희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의 현 병력수준(2만8천500명)에서 더 이상의 감축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 8군의 직접 지휘를 받는 부대는 공동경비구역 JSA 및 서부전선 주요 통로 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미 2사단과 대구에 있는 제19지원사령부다. 그러나 전쟁 발생시 하와이의 미 25보병사단 등 태평양 연안의 미 육군 부대들도 한반도에 투입돼 미 8군의 지휘를 받게 된다. 따라서 미 8군 사령부가 일단 하와이로 이전해도 미 2사단은 여전히 8군에 소속된다.
한편, 2012년 전작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서 한국 합참의장으로 넘어오면 한미연합사는 해체된다. 다만 유엔사령부는 계속 한국에 남게 된다. 그 때가 되면 현 주한미군사령부는 4성 장군이 지휘하는 ‘한국사령부(KORCOM)’로 바뀌고, 유엔사령관까지 겸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