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동결 대신 유연성 확대할듯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8천5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 미군의 역할과 임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올해 말까지 마지막 단계로 3천500명을 추가 감축하려던 계획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주한미군의 `외연 확대’ 차원을 벗어나 그 역할과 임무를 본격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복안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합의는 주한미군의 개편계획에 마침표를 찍은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양국이 주한미군의 새로운 역할과 임무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20일 “주한미군의 숫자보다는 앞으로 역할과 임무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참여정부에서는 북한의 위협평가 등에 대한 이견으로 역할과 임무에 대한 논의가 중단됐지만 이제는 협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측은 주한미군을 한반도 방위라는 전통적 임무 뿐 아니라 동북아 분쟁에 투입하는 기동군으로서의 임무를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충분히 발휘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연말까지 감축하려던 3천500명을 한반도에 상주시키되 필요에 따라 동북아 기동군의 임무를 수행토록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KIDA의 다른 전문가는 “미측은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에서 ‘전략적 유연성 확대’라는 새로운 지렛대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004년 마련된 감축계획에 따라 한반도에서 철수될 예정이었던 3천500명의 병력 가운데는 F-16 전투기 등을 운용하는 공군이 1천여명으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북한 특수군의 침투를 저지하는 아파치 공격헬기 1개 대대도 포함돼 있었다.

우리 군 및 정부 당국은 주일 미군기지에서 출격능력이 보장되는 F-16보다는 당장 1조원 규모의 대체전력이 필요한 아파치 헬기부대 철수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를 제고해줄 것을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 등을 통해 미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미측은 전체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42%를 대고 있는 한측에 대해 50% 수준으로 인상하고 방위분담금 항목 가운데 3천억원 수준인 군사건설비를 2사단 이전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 문제는 앞으로 국방장관 또는 외교장관 회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될 예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은 변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주한미군의 감축 중단과 방위비분담금 인상,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연계시키는 시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문제로 인해 방위비분담 수준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안정적 여건을 보장하되 우리의 재정부담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전략적 유연성과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동결은 어느 쪽에서 먼저 제의했다기 보다는 주한미군의 방위력 유지 차원에서 양국의 필요성에 따라 공동 합의한 것”이라며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만7천500여명이던 주한미군은 2004년 5천명, 2005년 3천명, 2006년 1천명이 각각 줄어 현재 2만8천500명이며, 최종 2만5천여명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한.미간 합의에 따라 올해 말까지 3천500명이 더 감축될 예정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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