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내쫓고 객만 즐기는 금강산관광’ 여러분 아세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여성계 인사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 관광은 단순히 그냥 관광이 아니고 ‘내가 관광하면 북한도 돕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금강산 관광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북한을 돕겠다는 선의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불거지긴 했지만, 금강산 관광에 대한 이 대통령의 평소 의중을 알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이 ‘북한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은 이 대통령 뿐 아니라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폭넓게 퍼져있다.

그러나 과연 금강산 관광이 북한을, 북한의 일반 주민들을 진정으로 돕는 일일까? 우선 경제적인 측면부터 살펴보자. 현대 측은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후 2005년까지 9억4천2백만 달러의 관광대가를 매달 일정액으로 나눠 송금하기로 북한측과 합의했다. 이중 4억 달러만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06년의 경우 남측이 지불한 관광비용은 매달 1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지난해 4월 내금강 관광이 개시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점을 고려한다면 그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북한이 현대로부터 받은 초기 관광대가 이외에도 10년 동안 1억3천297만 달러의 관광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토대로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통해 얻는 연간 수익을 2천만 달러 정도로 추정했을 때 북한으로서는 금강산 관광이야말로 앉은 자리에서 달러가 굴러 들어오는 ‘달러 박스’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스란히 북한 당국의 손에 쥐어지는 ‘달러’ 뭉치는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 국가 경제 자체가 김정일 개인 경제로 귀속되어 버린 북한 경제의 특성상 이 달러가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자금이 북한의 핵개발에 전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자금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식량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난 10년 동안 국가로부터의 어떤 지원이나 혜택도 받아보지 못했다. 주민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산으로 가 풀을 뜯었고, 시장에 나가 국수를 팔았다. 결론적으로 금강산 관광은 ‘북한을 돕는 일’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돕는 일’에 다름 아니다.

또한 금강산 관광은 ‘대북관광’으로 보기도 힘들다. 관광 지역을 철저히 통제하고 북한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인적 교류를 철저히 통제한 금강산 관광은 ‘북한 안의 작은 남한’에 불과하다.

그나마 개성관광은 버스를 타고 관광 지구까지 진입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북한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또한 본의 아니게 개성 주민들에게 고급 관광버스에 세련된 복장을 한 남한 일반 주민들을 곁눈질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북 관광을 통한 남북간의 교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여지라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시설과 분위기도 남한의 설악산이나 제주도와 같은 휴양지와 별 차이가 없다. 호텔에서 자고 먹고, 철조망으로 철저히 분리된 관광 지역을 돌아보는 것 외에는 딱히 관광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당국에 의해 철저히 교육된 북한측 안내원들과도 형식적인 인사 외에는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다.

오히려 북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평생을 그곳에서 살아온 지역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고, 철조망으로 금강산의 절경을 둘러쳐버렸다. 우리가 민족의 절경 운운하며 금강산 관광을 즐기는 동안 북한의 2300만 주민들은 오히려 금강산 관광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 피격 사건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금강산 관광을 둘러싼 논란은 언젠가는 불거져 나올 사안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진정으로 돕고, 남과 북의 화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남북교류 사업에 대한 원칙적 틀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금강산 사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여성 관광객이 북한군의 무자비한 총격에 의해 사살된 지금, 금강산의 원래 주인인 북한 주민들을 내쫓고, 북한 주민들이 금강산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기본권마저도 빼앗은 금강산 관광은 이제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금강산을 북한 주민들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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