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제 투여 후 고위 간부 사망…김정은 “중국 의약품 싹 치워라”

소식통 "의약품 부실 보관 문제 드러나…코로나 백신 받아도 수송·보급 문제될 것"

평양의학대학
평양의학대학. /사진=echo of truth 유뷰트 캡처

최근 북한의 고위급 간부가 중국산 주사제를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격노하며 앞으로 중국산 의약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내부 고위소식통에 따르면, 코카르복실라제를 투여받은 경제 부문 고위급 일꾼 A 씨가 이달 초 사망했다.

사망한 A 씨는 60대 남성으로 김정일 시대부터 경제 일꾼으로 당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심장 질환과 고혈압 증상이 심화돼 질병 휴직을 하고 평양의과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사망 직전 그가 투여받은 코카르복실라제는 티아민(비타민B1) 유도체로 에너지대사 및 신경 및 근육강화에 효과가 있어 피로회복제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북한에서는 폐질환, 고혈압, 감염질환 등 증상과 상관없이 만병통치약처럼 쓰인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기저질환으로 평양의과대학병원에 입원한 A 씨가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자 담당 의사는 코카르복실라제를 처방했다. 

다만 A 씨의 담당 의사는 북한 룡흥제약공장에서 자체 기술로 생산한 약제를 사용하자고 주장했으나 다른 의료진들이 국내에서 생산된 주사약을 고위급 간부에게 투여할 수는 없다고 맞서면서 중국산 코카르복실라제를 투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의약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지면서 의약품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때문에 당국은 국산 약품으로 수입약을 대체할 수 있도록 의약품 자체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 조차 국내 제약공장에서 생산된 약품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A 씨가 투여받은 코카르복실라제가 중국산 제품인 것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되면서 중국산 의약품 전체에 불똥이 튀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신망하던 경제 전문가 A 씨가 갑자기 사망하자 나라의 인재를 잃었다고 슬퍼하며 평양의 주요 병원에서 중국산 의약품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을 위해 들여본 백신 샘플 중 중국산 백신은 분석 및 연구에서도 제외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A 씨가 코르카복실라제 투여 직후 사망한 것일 뿐 명확한 사인이 무엇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 사고가 발생한 평양의학대학병원에 중국산 코르카복실라제가 어느 무역회사를 통해 어떤 경로로 수입됐는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평양 주요 병원조차 의약품 보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의약품들이 실온에서 방치돼 있거나 냉장·냉동고에 보관돼 있다하더라도 전력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번 조사를 계기로 북한 내부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아도 보관 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백신을 수송·보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소식통은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 백신을 지원 받는다고 해도 의료 기관에 보관 시설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WHO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