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인터뷰] 김정은 ‘금강산 南 시설 철거’ 지시 물어보니…

"주민 고통 생각지 않는 발언...너무하다는 생각 들었다"

김정은_금강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국를 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연 현지지도 과정에서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이는 올해 신년사와 시정연설 등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시그널을 보낸 것과 비교해 볼 때 180도 달라진 행보다. 또한 선대 김정일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대남 탈피’를 주문하면서 남북 경협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돌발 행동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데일리NK는 북중 국경 지역의 한 간부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다음은 함경북도의 한 시 인민위원회 간부와의 일문일답]

– 김 위원장이 직접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물을 다 들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무슨 생각이 들었나?

“너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금강산에 가기 전부터 이미 이런 말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측에서 지은 호텔을 비롯해서 시설물들을 다 들어내라고 호통쳤다니 백성들은 지금 먹을 것도 제대로 사 먹지 못하고 난리인데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살아서 이용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다 허물고 다시 짓겠다고 한단 말인가.”

–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넘친 모습이었는데.

“그냥 좀 화가 난 것 같다. 또한 실정을 잘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시만 내리면 그걸 관철해야 하는 주민들의 고생은 생각지도 않는단 말인가. 게다가 금강산이면 심심산골이다. 교통도 열악한 곳에 어떻게 더 훌륭한 시설물을 짓는다고 큰소리를 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독자 개발에 나설 수 있을까?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압박하겠다는 심산이 더 클 것이다. 남측 시설물을 다 허물고 다시 짓는다고 해도 5년 안으로는 절대로 현 상태만큼도 건설할 수 없다. 본인도 잘 알 터인데, 어떻게 과감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 중국을 믿고 그러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중국이 투자에 나설 수 있을까.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남측엔 ‘빨리 재개하자’는 압박을, 미국엔 남측에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걸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를 주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 ‘시설 철거에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하라는 발언이 눈에 띈다.

“글쎄. 시설은 원래 현대나 이런 곳에서 지었으니 형식상이라도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진짜 합의에 나설 것인지는 현재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 앞으로 남조선(한국)과의 관계는 어떨 것 같나?

“간부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남측은 미국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꼭두각시’라고 말이다. 거기다 유리하게 써먹을 필요가 있을 때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온다는 인식이 꽉 차 있다. 그러니 앞으로 남조선과의 관계는 뻔하지 않을까? 어떤 상황이 오는가에 따라 이용해 먹을 수 있는 대상으로만 관계를 맺어나갈 것이다.”

– 주민들은 어떤 반응인가?

“그렇지 않아도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 아무래도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으니 만약 진짜 건설에 나선다면 전군중적으로 지원 사업을 펼칠 게 아닌가. 가뜩이나 매일같이 내라는 것 때문에 죽을 맛인데 금강산 개발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 ‘남측을 압박하기 위한 전술차원’이라고 판단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직 큰 걱정할 필요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