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다수 ‘내부에 큰 변화 필요하다’ 응답”

북한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춰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공언해왔다. 주민들도 올해 태양절(4.15)을 통해 북한 당국이 강성대국의 성과를 내놓아야 할 시점으로 여기고 있다. 그 시점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24일 미북간 대규모 식량지원과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중단에 대한 의견 접근은 북한 당국의 식량 원조에 대한 다급함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데일리NK가 김일성 탄생 100주년 태양절을 앞두고 강성대국 관련 북한 주민들의 여론을 알아본 결과 예상대로 별 기대감은 찾기 어려웠고 체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강성대국에 대해서는 ‘선전’ 차원으로 해석했고, 명절 공급으로 나올 ‘선물’에 대한 기대감만 일부 내비쳤다. 


본지는 이달 8일부터 20일까지 북한 최대 물류 중심인 평안남도 평성에서 30명을 대상으로 내부소식통이 김정은 체제 변화에 대한 간단한 구두 조사를 진행했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당국에 대한 평가나 불만이 노골적이지 않을 경우 큰 제재를 받지 않는 분위기를 감안했다.


질문은 한 가지였다. 소식통이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북한에 정책 변화가 필요한가를 묻고 응답자에게 답변과 그 이유를 묻는 방식이었다. 북한 내부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긴 어렵지만 주민들의 의식 흐름을 참고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조사를 진행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23일 통화에서 “주민 30명 중 18명(60%)이 ‘(북한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라고 말했다. 그 외 응답자 중 7명(23%)은 ‘지금 이대로가 그나마 낫다’고 답했고, 나머지 5명(17%)은 변화에 대한 찬반 입장을 뚜렷이 밝히지 않았다.


소식통은 “응답자들 중 90% 이상은 현실에 문제가 많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에 동의하지 않는 소수가 있다. 이들은 큰 변화가 올 경우 혼란이 찾아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동안 축척해 놓은 재산이나 장사 물건이 보호받지 못하는 점을 걱정했다고 소식통은 전해왔다.


변화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대상들은 70대 당원과 지난해 제대한 군인 등으로 정치 의식이 낮거나 표명하기를 꺼리는 인물들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접촉해 본 주민들은 ‘이제 북한이 살아 남을 방법은 개방이 유일하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개방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 ‘외국의 기술이나 상품의 유입, 중국처럼 개인농으로 전환해 식량문제 해결, 한국의 지원’ 등의 반응이 나왔다.


그는 “간부들도 개방하지 않으면 정권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고, 올해 농사 흥망에 따라 나라가 더 지탱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소개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민심은 싸늘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24일 “사람들 속에서 ‘강성대국은 물 건너갔다’ ‘지금 상황에서 전기를 주고 식량만 공급해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면서 “강성대국을 강성부흥이나 강성국가라고 바꾼 것에 대한 비난도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이날 “주민 10명 중 8명은 강성대국이라고 하면 헛웃음을 칠 정도다. 이렇게 해서는 나라를 회복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2명도 며칠간의 식량공급은 해줄 것 같다는 정도의 기대감”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조 말기가 바로 지금과 같이 빈곤하면서 주민들을 업악하다가 망했다. 망했던 길을 현재 답습하고 있다”는 한 하급간부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평성시에서 진행한 조사는 18세 이상인 노동자 7명, 하급 간부 5명, 대학생 및 청년 8명, 제대군인 2명, 가정주부 8명 등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