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오세훈 시장은 승리했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패배했다…고 말하면 궤변이 될까?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세훈 시장은 소신을 관철하다가 장렬하게 전사(戰死)했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도망만 다니다가 사살 당했으니 이 두 죽음이 같을 수가 없다. 오시장의 죽음은 순절(殉節)이요, 이명박-한나라당의 죽음은 ‘불명예 제대(除隊)’다.
이번 주민투표는 한국에서 무상 시리즈 시대를 여는 오픈 게임이자 대표 게임이 되었다. 대학도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주택, 무상XX, 무상 XXX, 무상XXXX…무상의 요구는 끝이 없을 것이다. 그 결과 나라가 장차 어디로 갈지, 책임은 온전히 유권자가 져야 한다.
나라가 갈 길이야 뻔하다. 세금만능 국가 아닌가? “부자만 부담스러울 터…”라고 고소해 할지 모르나, 그리스 꼴을 보면 부담은 오히려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돌아왔다. 여하튼 한 번 겪어보겠다니 겪어볼 일이다. 누가 무슨 힘으로 말려?
오세훈 시장은 이 추세에 “아니올시다”라고 말했고 한나라당은 “아니올시다가 아니올시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전사하는 자리에 한나라당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주민투표가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아니올시다”와 “아니올시다가 아니올시다”가 섞여 있는 한나라당의 무의미성을 깨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다. 어떻게 깨는가? 굳이 깰 필요가 없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가만 내버려 둬도 저절로 깨질 터이니까…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보인 새로운 몸짓은 한나라당이 깨져도 죽지 않을 것이다. 그 몸짓이 말해주는 것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다가 전사하는 것은 비겁하게 굴다가 값 없이 죽는 것과 결코 같지 않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래 죽어도 저래 죽어도 죽을 바에야 이왕이면 값있게 죽겠다는 것 아닌가? 뉘 알랴. 그러다 보면 죽었다가도 다시 살 날 있을지를. 이명박식 ‘중도실용’과 박근혜-유승민식 처신이냐, 아니면 오세훈식 처신이냐, 이번 주민투표의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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