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대북 제재와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에 반발해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한 고강도 군사훈련이 한 달여간 지속되면서, 강제 동원된 주민들이 훈련에 대해 극도의 피로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 훈련으로 인한 장마당 통제로 생계가 곤란한 주민들이 장기화되는 훈련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무단이탈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미사일 발사 이후 내부에 전투동원준비태세를 발령했기 때문에 교도대 등 정규 예비전력은 거의 3개월 가까이 진지 생활을 해왔다.
함경북도 회령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연일 실시되는 반항공 및 대피훈련으로 장마당이 통제돼 주민들이 생계 곤란을 호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제 동원 훈련이 한 달 가까이 진행되면서 극도의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훈련 기간 비위생적인 숙식과 추위로 많은 사람이 감기에 걸리고 관절염까지 호소하고 있다”면서 “훈련 도중 무단이탈하거나 아예 불참하는 경우가 속출해 해당 간부들은 주민들의 훈련이탈을 막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민반별로 인원을 철저히 점검하고 이탈을 막기 위해 전원이 참가한 인민반별로 훈련을 종료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의하면, 이전 훈련은 통상 아침에 대피지역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고 저녁에 귀가했지만 이번 ‘전시태세’ 훈련은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간 외진 산골 천막이나 갱도에서 생활하도록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또한 젊은 사람들은 훈련 기간 추위를 이기기 위해 술을 마시다가 싸움을 하는 소동도 잦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당국은 훈련에 참가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이 되는 숙식과 화목(땔감)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당국에 노골적인 불만을 보이고 있다”면서 “외세의 북침공격에 대비해 군사훈련을 한다고 하지만, 당장 적은 안 오는데 춥고 배고픈 생활을 한 달 가까이 하라고 하면 이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전쟁에 대한 공포보다 ‘차라리 전쟁이 일어나 이런 고통이 끝났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이러한 불만과 피로감에도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혜산 소식통은 “19일부터 전투태세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이틀간 대피훈련이 진행한다는 포치(지시)가 인민반별로 내려왔다”면서 “대피훈련에는 인민반에서 몇 사람만 마을 경비인원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인원은 전원 훈련에 참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가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보관함에 넣고 비상용품과 이틀분 식량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하면서 “훈련 기간 장마당은 폐쇄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