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일군 뙈기밭 뺐겠다는 김정은, 역효과 가능성은?

진행 : 북한 당국이 산지를 개간해 농사를 짓던 뙈기밭 회수를 예고하면서 주민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 얼마 전에 전해드렸었는데요. 오늘은 이상용 기자와 함께 이번 조치가 갖는 의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자, 먼저 북한 당국이 이번 결정을 내린 이유,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 이번 조치의 핵심은 그 동안 무분별하게 개발되어 온 뙈기밭을 회수해 산림산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것인데요. 온 국토의 수림화·원림화를 강조해 온 김정은의 의지가 담긴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김정은은 2014년 중앙양묘장을 찾아 “고난의 행군, 강행군시기 나라의 산림자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이례적으로 아버지 김정일의 과오를 지적하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시장화 진전에 따라 식량 사정이 많이 개선된 최근 북한 내부 상황으로 봤을 때 뙈기밭 회수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여집니다.
 
진행 : 사실 뙈기밭 회수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 네. 북한 당국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뙈기밭을 회수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는데요. 그런데 번번히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김정은은 이를 인민애를 선전하는 데 활용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급 간부들은 뙈기밭 회수 지침이 내려오면 그 말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중앙에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은밀히 지시합니다. 그런 뒤에 원수님이 뙈기밭을 돌려주라고 했다고 선전하는 것입니다. 즉, 모든 실정의 원인을 간부들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진행 : 이번 뙈기밭 회수의 이유가 산림의 황폐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김정은의 판단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현재 북한의 산림은 어느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나요?
 
기자 : 네, 과거 북한의 산림은 영토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30% 넘게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UN 식량농업기구는 “매년 평양시 면적에 해당하는 11만 2000ha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북한 김정은이 2015년 ‘전당, 전군, 전민이 산림복구전투를 힘있게 벌려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는 논문까지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산림복구 작업을 다그치고 있는 상황인데, 하지만 김정은이 내놓은 대책을 보면 그야말로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들 뿐입니다. 북한 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원론적인 주장만 반복하고 있으니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 : 이처럼 북한 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방침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자 : 북한은 산림조성과 관련해서 땔감용벌목도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밤에 산림을 도벌하는 주민들을 체포하려는 목적으로 산림보호원들에게 야간 순찰을 강요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북한 주민들에게 먼저 땔감을 보장해주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산에 가서 마음대로 벌목하지 마라’면서 단속을 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은 그 순서를 완전 무시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단속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봄, 여름에 아무리 나무를 심어도 겨울이 되면 다시 땔감으로 뽑아 쓰는 일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진행 : 결국 주민들이 산림 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기자 :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의 산림조성 사업을 두고 주민들은 ‘청개구리 사업’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연료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나무를 심어도 결국 땔감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또한 국가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산에 나무가 무성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식량과 땔감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뙈기밭을 일구거나 화목을 마련하기 위해 나서는 주민들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진행: 북한 당국은 산림복구를 위해 뙈기밭 회수 외에도 나무심기사업 등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데요. 효과가 좀 있나요?
 
기자 : 북한 당국은 남한의 식목일이라고 할 수 있는 식수절이 되면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도급제(都給制)를 줘서 나무를 심을 지역에 파견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보통 100그루, 어른들에게는  200그루 정도의 묘목을 하루 분량으로 부여하고 있죠.
 
학생 10명이 모이면 묘목 1000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의 힘으로 땅을 파고 나무를 심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나무묘목을 한곳에 파묻어버리는 일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또한 북한이 해마다 나무심기를 진행하는 지역은 이미 주민들에 의해 뙈기밭으로 변해버린 야산들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야산 경사밭들에 심어진 묘목들은 완전히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말라서 죽는 것이 보통이구요. 어쩌다 살아남은 묘목도 곡식이 자라는 데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밭을 관리하는 주민들이 뽑아버리거나, 베어버리기가 일쑤라고 합니다.
 
진행 : 그러니까 인민들의 식량 문제를 먼저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 더 급한 일인데, 김정은이 단순히 자신이 치적사업 만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네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사실 주민들에게 식량과 땔감해결이 되지 않으면 나무심기는 형식에 불과한, 노력과 시간낭비에 불과할 뿐입니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사적지, 전적지 나무까지 도벌하고, 한해살이 풀대까지 베어 땔감을 마련하는 형편에 설사 나무가 제대로 심어졌다 해도 3, 4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먹을 것이 부족한 주민들이 어떻게든 살아가겠다는 필사적인 각오로 높은 산꼭대기까지 밭으로 개간하다 보니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 많아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산 곳곳마다 “21세기 태양 김정일 만세” 같은 선전 구호만 차 넘치도록 만들었죠. 북한 김정은이 이런 식의 우상화를 저버리고 주민들의 식량과 산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까지 내놓을지 지켜봐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