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한미FTA `개성공단’ 해법

한국과 미국이 FTA(자유무역협정)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해 합의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문제가 어떻게 풀릴 지 주목된다.

정부가 4일 국회 통외통위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협정 발효 1년 뒤에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열어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환경 기준 충족 등의 요건을 따져 일정 지역을 역외가공지역(OPZ)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별도 부속서를 채택했다.

협정문에 구체적으로 개성공단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개성공단 생산품에 특혜관세를 부여하는 문제를 협의할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됐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물론 개성공단과 관련한 논의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협상 초기 태도를 감안하면 협의의 틀을 만든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지만 각종 변수가 상존한 비핵화 등 OPZ 인정 기준을 고려하면 개성공단이 실제 OPZ에 해당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 한반도 비핵화 진전이 핵심 요건 =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협의되는 시기는 한미 FTA 발효 1년 뒤다.

현재로선 2009년 발효가 유력해 이르면 2010년부터 협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부속서에 나타난 개성공단의 OPZ 지정 요건 중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이집트 내 이스라엘 공단을 이스라엘과의 FTA에 포함시킨 것과 달리 개성공단을 한미 FTA에서 역외공단으로 바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핵문제로 인해 미국 내 대북 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북핵문제 진전이 개성공단의 OPZ 지정의 최우선 과제라는 분석이다.

북핵문제가 1993년 1차 핵위기 발발 이후 14년을 끌어오고 있으며 다양한 변수가 뒤엉켜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쉽게 진전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다만 최근 미국 행정부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2.13합의’로 북핵문제 해결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소 낙관적인 견해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이 아닌 ‘진전’이라고 명시돼 있어 북한 핵무기의 폐기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OPZ 지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2010년까지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지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개성공단의 OPZ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송금 문제가 현재 북핵문제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듯 언제든지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향후 1~2년내 한국과 미국내 정권 교체도 예정돼 있어 3년 뒤의 북핵 상황을 내다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노동 기준 충족도 변수 = 한반도 비핵화 진전 못지않게 노동 기준의 충족도 개성공단의 OPZ 지정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 인권특사가 작년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의 일당이 2달러도 안된다”고 주장한 데서 보듯 미국은 개성공단의 노동 조건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4일 통외통위에서 “역외가공을 인정할 때 미측에서 북미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노동기준도 많이 신경 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문제는 임금 직불 문제와도 연결된다.

남북 간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직불이 미뤄지면서 일각에서는 임금이 노동자가 아닌 북한 지도부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한미FTA 협정내 노동 부문의 주요 사항이 개성공단에도 충족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협정문에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 보장과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 등 국내에서는 크게 문제될 항목이 없을 수는 있지만 개성공단의 노동환경에 비춰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작년 10월 발표한 ’북한 개성공단의 노동권’ 보고서를 통해 “개성공단 노동규정에는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파업권, 성차별 및 성희롱 금지, 유해한 아동노동 금지를 포함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북한 정부에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핵심협약 가입, ILO 관계자 초청, 노동규정 개정 등을 촉구했다.

개성공단의 환경 여건은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 등 사업자가 국내 공단 수준으로 조성하고 있어 크게 문제될 여지는 적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어서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역외가공지역 지정 시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로 한 것은 개성공단이 남북화해에 기여한다는 상징성을 미국도 어느 정도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향후 이 점을 집중 부각하며 원산지 인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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