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대북 인도적 지원 향배

북핵 협상의 진전 조짐 속에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맞물려 미국이 50만t 가량의 대북 식량지원에 곧 착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향배에도 새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작년 북한의 식량 총생산량은 최소한의 수요량에도 120만~130만t 가량 부족한 약 401만t으로 추정되고 있어 북으로선 시간이 갈수록 외부의 지원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인도적 지원은 조건없이 하지만 북한의 요청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북측은 지원요청을 해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우리의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 남측이 관심을 갖는 인도적 문제와 관련한 논의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런 터에 외교.통일부 당국자가 12일 미측과의 협의를 갖고 지난 5~8일 진행된 북.미 간의 대북 식량지원 관련 협의 결과를 듣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한.미 협의는 무엇보다 북한 식량 수급 상황의 ‘현재와 미래’를 파악함으로써 향후 대응기조 설정에 참고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당국자들 역시 북한의 식량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불분명하며 미측의 식량지원도 결국 북핵 문제의 진전과 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는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핵 협상이 진전될 경우 수반될 주변 정세의 변화,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한 국내 여론의 동향 등을 감안,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 기조가 어떤 식으로든 지금보다 유연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식량계획(WFP) 등 지원단체를 통해 대북지원을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WFP를 통한 간접지원은 북한의 요청이 선행해야 한다는 정부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도 지원이 가능한데다 WFP차원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외부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이 방안을 가능한 옵션의 하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FP를 통할 경우 소량 지원은 가능하지만 과거와 같은 수십만t 수준을 전량 WFP를 통해 지원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미 과거와 같은 대규모의 대북 식량.비료 등 지원은 순수 인도적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우리가 관심을 갖는 다른 인도적 사안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지원과 관련한 남북간의 ‘협상’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WFP를 통한 대규모 지원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때문에 정부가 의미있는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설 지 여부는 북핵문제를 포함한 주변 환경의 변화 속에 남북관계를 어떻게 운용할 지에 대한 정부 최고위층의 전략적 결단과 그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많은 이들은 보고 있다.

일단 북한의 대남 강경기조와 우리 정부가 천명한 대북지원의 원칙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향후 북핵 협상이 중요한 진전을 이룰 경우 그에 따를 주변 환경의 변화가 인도적 지원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에도 예상치 못한 동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도 없지는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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