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鄭장관의 금강산 방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현대아산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금강산 관광사업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18∼19일 이틀간 처음으로 금강산을 방문한다.

정 장관의 금강산 방문은 지난 해 7월 통일장관에 취임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적지않을 듯하지만 ‘금강산 관광 정상화’를 위한 남북간 합의가 실행되는 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현대와 북측간 갈등으로 금강산 관광이 대폭 축소됐지만 지난 9월 남북장관급 회담을 통해 정 장관이 중재에 나서 이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결실이 19일 영글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현대아산을 포함해 남북협력사업자와 정부는 2인3각 관계이며 호흡을 같이 해서 당국간에 잘하면 민간도 잘되고 민간협력을 잘하면 당국 관계도 잘되는 상생관계”라고 지적했다.

비록 금강산 관광이 민간의 사업이기는 하지만 국가적으로도 상징성이 큰 사업인 만큼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임은 물론이다.

현대측의 초청으로 금강산을 방문하는 정 장관은 19일 오후 2시 열리는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양창석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17일 “그동안 장관이 남북간 협력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중요하다고 해왔던 협력 현장인 금강산을 한 번도 가지 못해 협력의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장관의 이번 방문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방문이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정 장관은 그동안 부산 APEC 정상회의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전세계에 공표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를 줄기차게 이야기해 왔다.

그는 지난 1월2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 연설하면서 “11월 열리는 APEC 회의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국제적으로 선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 장관은 다음 날 다보스 포럼 폐막총회 연설에서 “APEC 정상회의 이전에 6자회담이 좋은 성과를 축적해서 북핵문제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탈냉전의 역사적 상상력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북핵문제는 물론 남북 당국간 관계도 전혀 호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대북 정책 수장으로서 단순한 기대를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사정이 적잖이 달라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6월17일 평양에서 정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이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밝혔고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핵폐기와 이에 대한 보상을 골자로 하는 ‘9.19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APEC 회의로 인해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지만 6자회담 참가국들은 공동성명의 이행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고 APEC 정상들은 이번 회의 기간에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골자로 하는 구두 ‘대북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간 인적.물적 교류협력이 분단 이후 최대 활황세를 보이고 남북 장관급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개최가 사실상 분기별로 정례화되는 등 남북관계 역시 순풍을 받고있다.

정 장관은 애초 18일 오후에 있을 APEC 정상회의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금강산 방문길에 오른다.

이번 기념식에 참석할 북측인사가 누구인 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지만 정 장관이 리종혁 부위원장 외에 대남라인 책임자를 비롯한 다른 고위급 인사를 만나게 된다면 APEC과 APEC을 계기로 이뤄지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미.중.일.러 등 정상들과의 연쇄 양자회담에서 논의된 대북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장관이 북측으로부터 모종의 ‘획기적인’ 메시지를 전달받는다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APEC 정상회의가 종료되기전 공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이런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정 장관의 금강산 방문을 위한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북핵문제가 풀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남북관
계 역시 공고한 기반 위에 올려진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번 기념식에는 정 장관을 비롯, 정.관.학.재계 인사 200여명이 현대측 초청으로 참석할 예정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