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힐 차관보의 재 방중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베이징(北京)을 5일 만에 다시 방문키로 함에 따라 그 배경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21일 베이징을 방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6자회담 준비 문제를 협의했던 힐 차관보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낸 뒤 26일 베이징을 다시 방문해 우 부부장과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23일 밝혔다.

힐 차관보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터에 불과 5일만에 다시 중국을 찾는 배경과 관련, 다음 달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사전 협의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케이시 부대변인은 “힐 차관보가 현재로선 북측 인사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현재로선’이라는 대목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힐 차관보는 20~21일 방중때 김 부상이 평양에서 날아올 경우 만날 계획이 있었으나 김 부상이 오지 않음에 따라 북미 회동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가 6자회담에 앞서 사전 대화를 가질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우선 미국은 6자회담의 맥락에서만 북미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6자회담이 날자 선택만 남기고 있어 북미간 사전 협의가 있을 경우 충분히 6자회담의 맥락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미가 서로 체면 손상없이 만날 명분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은 이미 회담 재개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 달 31일에도 중국 우 부부장의 주선으로 베이징에서 양자 협의를 가진 바 있다.

북미가 만날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지난달 말 북.미.중 3자협의에서 모호하게 합의된 방코 델타 아시아(BDA) 북한계좌 동결문제 해법과 관련한 양측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고 회담 재개시 설치예정인 금융문제 워킹그룹을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협의할 필요성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 북한이 초기에 이행할 조치에 대한 미국의 기대 등에서 북미가 사전에 상대방의 구체적인 입장을 타진하지 못할 경우 6자회담이 개최되더라도 초기부터 삐걱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이들 사안은 6자회담을 통해 점차적으로 풀어나가야할 과제들인 동시에 회담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들로, 북미가 미리 상대방 입장을 확인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회담이 시작될 경우 회담에 진전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관련국들의 우려다.

이에 따라 북미 양자대화가 성사된다면 양측은 회담 재개에 앞서 이들 핵심 이슈에 대한 서로의 기본 입장과 타협 여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의미있는 `스파링’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 회동 결과를 토대로 6자회담이 재개될 때까지 각자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북미 양자 회동의 결과는 다음달 중순께 재개될 6자회담의 성과 여부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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