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宋외교 방미행보..비핵화-평화협상 조율

북핵 비핵화 2단계 조치가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4일 미국 방문길에 올라 그 결과가 주목된다.

1주일에 걸친 미국.캐나다 방문 일정의 백미는 7일로 예정된 한.미 외교장관회담이다. 송 장관은 4일 출국에 앞서 회담 의제와 관련, “10.3 합의 이행을 원만히 하는 것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선순환되도록 하는 전체적인 틀을 논의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정부 고위소식통들은 한.미가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연내 이행될 불능화 단계를 넘어서는 3단계 또는 핵폐기를 위한 북핵 비핵화 로드맵 마련은 물론이고 ‘2007 남북정상선언’에서 언급한 ‘종전선언’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정리하고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6자회담 `10.3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의 핵시설 불능화 이행팀의 방북 이후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핵연료공장 등 북한의 3대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 이행작업은 실질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대상에서 빼기 위한 미국내 작업도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2단계 이행시한을 앞두고 남북한과 미국의 협상대표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달 30일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2일까지 중국.북한.한국.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과 잇달아 양자 협의를 가졌다.

특히 2일엔 오전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힐 차관보간 한.미 양자회동에 이어 오후 베이징(北京)에서 천 본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 남북 양자 회동이 성사돼 비핵화 2단계 이행 및 최종 단계 협상이 그만큼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송 장관은 출국 회견에서 남북 수석대표 회동 내용에 언급, “불능화를 연말까지 어떻게 순조롭게 이행하느냐를 논의했다”면서 “연말 불능화 이후 조치에 대해 남북한이 예비적 의견 교환을 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회동이 끝난 직후 천 본부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북한 측이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우리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10.3 합의’를 신속하고 순탄하게 이행하기 위한 방안과 다음 단계에 생각할 과제를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김 부상도 “천 본부장과 10.3 합의 이행 방안 등을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견해가 일치했다”며 회동에 성과가 있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외교정책을 책임진 외교장관들이 만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른바 비핵화 2단계로 규정된 신고.불능화를 넘어 북한의 보유 핵무기 및 핵물질의 처리를 놓고 벌일 마지막 협상에 대한 구상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고.불능화 단계를 넘는 비핵화 현안을 논의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 관련 당사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출범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현안은 물론 긴밀하게 연관돼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가 최근 잇따라 북한이 비핵화 현안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있어서도 ‘과감한 협상의지’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보면 더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한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외교부가 종전선언 문제와 관련해 드러낸 미묘한 입장 차이는 주로 ‘2007 남북정상선언’에 담긴 종전선언을 어떤 의미로 규정하느냐였다.

청와대는 평화체제 협상 개시에 앞서 종전을 확인하기 위한 정치적 선언으로 규정했고 외교부는 `평화협정=종전선언’의 논리 하에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의 막바지에 할 수 있는 법률적 의미의 선언으로 보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3일 보도된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에서 “핵 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이것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됐을 때 평화.종전 선언을 하고, 그후에 평화체제 협의와 핵 폐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고 말해 지난달 26일 청와대가 제시한 `종전을 위한 선언’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무게를 실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처럼 종전선언을 둘러싼 정부 내 갈등을 정리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여전히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결국 이런 혼선은 4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들어봐야 정리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송 장관이 라이스 장관과 만나 한국 정부의 의중을 밝히고 미국의 뜻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쇄적인 남북한과 미국간 양자협의가 한.미 외교장관회담으로 정리되면 그 협의결과는 6자 차원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6자 외교장관회담 개최 여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불능화 작업의 진행속도에 연동돼 있고 이달 중순부터 ‘손에 잡히는 불능화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11월 중순부터 가급적 12월 중순 사이의 시간대에 6자 외교장관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외교가에서는 대략 11월말이 가장 가능성이 큰 시기로 거론되고 있다. 6자 외교장관회담의 일정이 잡힌다는 것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외교장관회담(또는 4자포럼)이 곧이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4자포럼의 핵심의제는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다

또 장관급회담에 앞서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불능화가 가시적 진전단계로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평화체제 논의 개시, 6자 외교장관 회담 개최 등 비핵화 마지막 단계 협상을 추동하기 위한 이벤트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