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행사하려면 힘이 센 친구 필요”

“우리가 왜 이런 문제를 갖고 서로 서먹해하고 다퉈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한국이나 미국에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이 지역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다.”

오는 11월 4일 공식적으로 하원의원직을 물러나는 헨리 하이드 美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방한 중 10일 연합뉴스와 만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과 방위비 분담 협상 등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21세의 깡마른 청년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그는 “한국군이 여러 방면에 있어 상당한 궤도에 올랐고 또 그럴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작전통제권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80년대 하원 동·아태 소위원회 시절 방문한 이후 20여 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하이드 의원은 현직 미국 국회의원 중 마지막 남은 2차대전 참전 용사다.

그의 방한과 관련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흔들리는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가 높은 시점에서 공화당의 대표적인 보수파 원로인 하이드 위원장이 서울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하이드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시작전통제권 이양과 방위비 분담이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데 이것이 한-미 동맹에 끼치는 영향은.

▲미국과 한국 두 나라가 많은 공통점에 초점을 맞추고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인 의견 차이를 우호적으로 풀어나가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남한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남한이 독립국가로서 자유로이 주권을 행사하려면 생각건대 특히 힘이 센 친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한국은 무역을 활발히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 분야에 있어서도 역시 친구는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두 나라 간 이견이 있는 이슈들을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 공통분모가 있음을 반증한다.

왜 우리가 이런 문제를 갖고 서로 서먹해하고 다퉈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한국이나 미국에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이 지역의 이익을 도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고, 또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작전통제권이 연일 톱뉴스다. 어떤 사람들은 작통권을 환수받기에는 시기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반면 노대통령은 한국이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작통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나도 맞다고 본다.

한국에 작통권을 돌려주는 게 적절하다.

이미 한국군의 훈련이나 한국군이 갖춘 군사 장비에 있어 상당한 궤도에 올랐고 또 그럴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따라서 나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늘 용산 미8군 기지에서 오찬이 있어 기지를 돌아보니 얼마나 규모가 큰 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마 기지를 이전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작통권 이양은 이제 가까이 다가온 사안이고 곧 합리적인 시간 내에 이뤄질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작통권 이양이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까 우려하는데.

▲지금 두 개의 서로 상반되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해외주둔 미군을 고향으로 데려 오려는 움직임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것을 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에게 계속해서 왜 이렇게 많은 미군들이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알려줘야 한다.

일본, 한국, 인도, 중국 등 이 모든 나라들이 중요하고 그 국가가 있는 지역의 균형을 유지하고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미군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

혹자는 지구가 작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지구 전역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나 내가 확고하게 말하건대, 미국인들은 (가능한 한 최단 시일 내) 우리 군이 집으로 돌아오길 원한다.

물론 그렇다고 주둔국 사정과 상관없이 떠나겠다는 건 아니다.

덧붙이자면 사람들이 ’외교’, ’외교’하며 쉽게 말하는데 모든 곳에 외교의 여지가 있는 게 아니다.

외교가 정말 중요하고 또 우리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가장 첫 번째 수단이지만 그게 군사력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당장 군사활동을 활발히 개시하자는게 아니라 군사력 그 자체가 외교를 받쳐주는 것이다.

군대가 없다면 (결의안과 같은 문서들은) 그냥 무시해도 되는 종이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한미 동맹에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요인은.

▲아마도 지나친 반미감정과 그것이 일으키는 부정적인 행동이 아닌가 싶다.

필리핀의 경우 민족주의적 열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몇 년 전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에서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는데 시간이 좀 지난 지금 그들은 견해를 바꿨다.

한국인들도 그렇게 견해를 바꾸게 되길 바라고 또 그러리라고 믿는다.

반미 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어딜 가든 있게 마련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있으니까.

–한국정부가 결국 북한에 수해 구호품을 이번에 한해 ’일회성’ 패키지로 보내기로 결정했는데.

▲아직 그 주제에 대해서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남한은 북한과 맞닿아 있다.

남한 사람들 중에 북녘에 가족과 친척을 두고 온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대북 제재로 인해 고통받고 그러는 걸 직접 보고 있으니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돕고 싶을까.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치는 ’채찍’보다는 또 하나의 ’당근’이라고 본다.

(이 견해에 대해) 찬성할지 반대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국 정부에 이러한 접근방식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 간에 악감정이 생기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

–과거 맥아더 동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서한을 보낸 바 있는데, 아직도 맥아더 동상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단 한 번도 동상이 미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이 동상이 있어야 할 자리는 여기, 한국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의 공로가 너무나 크고 너무나 기억에 남는 것이라 동상을 세우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여기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맥아더 동상을 둘러싼 논쟁이 일었을 당시 미국 일각에서는 한국이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맥아더 동상과 관련, 한-미 사이에 갈등이 존재한다고 보나.

▲글쎄, 요즘 어떤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고 또 이러한 생각의 차이가 상당히 자극적인 방법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 다르지 않느냐.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이유가 어찌 됐건 맥아더를 좋아하지 않고, 또 그 감정을 피켓 시위를 한다든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고성을 지르는 방식으로 표출하고 싶다면 해야지 어떻게 하겠느냐.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장되는 권리 아니냐.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이 권리를 다툴 수 없다.

그러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군 지도자로서, 그리고 또 한 인간으로서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과 제2차대전 당시 공헌한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하리라고 믿는다.

–지난 달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탈북한 3명의 북한 주민이 직접 미국으로 입국시켰고 ’정치적 난민’의 지위를 부여했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계속될 것인지.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난민은 큰 문제다.

개별 건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 그리고 함께 살 수 있는 보금자리다.

그렇지만 유입되는 난민의 규모가 커지면 정치.경제적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니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억압과 핍박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도움을 주고 그러한 일을 감행한 용기를 가졌음을 ’축하’해야 한다.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사회로부터 소외시키면 안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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