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진영 ‘간첩조작설’ 이젠 지겹지도 않나?

▲ 민노당 방북 대표단이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북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386세대 운동권 출신들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수사가 가속화되면서 민노당과 좌파단체를 중심으로 국정원 조작설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고정간첩 장민호(44) 씨가 북한의 지령에 따라 386세대 중 운동권 전력자들을 중심으로 ‘일심회’(김정일을 일심으로 모신다는 뜻)를 조직, 국가기밀을 수집”한 ‘386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한 장(미국명 마이클 장) 씨가 89년 친북 재미동포의 소개로 밀입북해 사상교육과 함께 “지하당 조직을 구축하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후 미군에 입대, 주한미군에 배속돼 용산 등지에서 4년간 복무하며 국내 첩보를 북한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장씨는 북한 지령에 따라 386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일심회’를 만든 뒤 국내 정당 및 시민단체 등을 통해 지하당을 구축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 일부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장 씨는 정치권 및 일부 시민단체 간부를 중국으로 데려가 북한 공작원들과 접촉시키는 등 대남 선전교육을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장 씨는 1997년 서울의 한 고교 동문모임에서 2년 후배인 손정목(42.구속) 씨를 만난 뒤 반국가단체인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의 강령을 원용해 일심회를 조직했다.

‘국정원 조작’ 주장은 좌파 특유의 물타기

이후 장 씨가 운영하던 정보기술(IT)업체 임원 이진강(43)씨와 이정훈(43·구속) 전 민노당 중앙위원을 만나 조직원으로 포섭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최기영(41) 민노당 사무부총장이 뒤늦게 합류했다.

수사당국에 의하면 장 씨는 8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하면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해 충성서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초기 혐의를 일부 인정했던 장 씨를 비롯해 4명의 피의자들은 “사건 자체가 부풀려졌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고된다.

현직 당 사무부총장과 전 중앙위원이 구속된 민노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은 수사상국의 공표시점에 의문을 표시하며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국정원의 기획사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일심회라는 조직 자체의 허구성과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당 지원 지령의 허구성, 강압수사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이 사건을 국정원 조작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정국이 한나라당이 우세할 것으로 판단한 국정원이 미리 잘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억지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의 의혹제기는 과거 간첩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좌파진영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늘 취해왔던 물타기 작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99년 남로당 이후 최대의 지하당으로 알려진 민혁당의 경우 총책이자 남한 주사파의 대부로 알려진 김영환 씨가 그 실체를 모두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전향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북좌파 진영은 민혁당에 대한 공안당국의 조작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좌파진영 ‘거짓말 집단’으로 낙인 찍힐 판

하지만 좌파진영의 이러한 주장도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공안사건을 부풀리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간첩사건을 통째로 조작한 사례는 거의 없다.

또 이번 사건은 청와대와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조작을 시도했다면 수사 관계자들이 온전할 리가 없다. 자신이 위태로운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없다. 특히 ‘인권대통령’으로 자임해온 노무현 정권을 향해 조작 운운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너무 취약해 보인다.

한편 수사당국은 피의자들에 대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장 씨로부터 압수한 물건 중 북한에 보낸 보고서의 양과 내용이 방대한 데다, 압수한 CD를 암호해독기로 풀고 있어 곧 사건의 전말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간첩단 사건 수사 중 사퇴의사를 밝혀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는 김승규 국정원장은 “이미 구속된 5명에 대해 지난 한 달간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간첩혐의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 좌파진영의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수사를 진행해 보면 그 실체가 분명하게 밝혀질 사건을 두고, 민노당과 좌파진영이 계속해서 반성과 사죄없이 물타기를 시도한다면 국민들은 공안당국이 아닌 ‘범좌파 진영’에 거짓말 집단이라는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

과거처럼 공안당국의 조작설 주장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순진하게 속을 국민들이 아니다. 지금은 어설픈 물타기가 아니라 사죄와 반성이 우선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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