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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진보’와 ‘보수’ 보다 ‘좌파’와 ‘우파’라고 불러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2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정명(正名) 토론회: 한국좌파, 과연진보인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진보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말로 자리매김 했다”면서 “좌파세력은 진보라는 말을 선점함으로 한국사회에서 ‘이념적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진보에 비해 보수라는 말은 단순히 ‘과거의 것을 지킨다’라는 수구의 개념으로 쓰이며, 좋지 않은 말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따라서 “한국의 좌파가 언어게임(language game)에서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고 주장했다.‘정명 토론회 : 한국좌파, 과연 진보인가’ 발제문 바로가기
박 교수는 “좌파를 ‘진보’로 부르는 것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한 표현이라고 할수 없다”며 “진보와 보수는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소련이나 동구에서는 공산주의를 지키려는 세력이 보수, 공산주의를 바꾸려는 세력이 진보가 되었다”면서 “진보나 보수는 ‘이념’이 아니라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우파’도 ‘진보’가 될 수 있고 ‘좌파’도 ‘보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좌파세력은 북한인권에 대한 자신의 입장부터 분명히 해야한다”며 “세계가 북한의 수용소에와 김정일에 대한 일인숭배에 치를 떨고 있는데,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남한의 인권이 잘못됐다고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동안 ‘반전반핵’을 외치면서 평화주의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북한이 핵을 갖고 난 다음부터 교묘하게 ‘반핵’을 빠트리고 ‘반전평화운동’으로 바꾼 이상한 ‘친북주의자’와 ‘종북주의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어떻게 ‘진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라며 한탄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명희 자유교육연합 대표는 “전교조는 진보일 수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허법의 예를 들어 “진보는 (새로움을 상징하는)특허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며 “전교조는 현실의 개선을 위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한 세기 전 이데올로기를 부여잡고 대안 없는 비판과 부정을 일삼고 있다며 수구적인 내용에 진보라는 특허를 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교조는 진보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수구세력이라고 하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한국의 좌파들은 고통당하는 북한주민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가 중시한다고 하는 인간, 특히 정치사회적 약자의 존엄성을 중시한다는 진보라 보기 어려운 철저한 이중적, 정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이어 “정명(正名)의 입장에서 본다면 종북反인권세력, 좌파, 좌파진보 등 그 행태의 구체성에 따라 달리 불러야 한다”며 “실제 한국 사회 내에 존재하는 종북세력은 사실 김정일 독재 추종세력에 지나지 않으며, 그 어떠한 진보나 좌파로 분류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등 좌파진영 내에서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제기하는 세력이 등장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신자유주의 반대는 현 시기 한국 좌파세력이 가장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자 가치”라면서 “스스로 좌파세력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인, 시민운동가의 대다수는 북한정권, 민족주의, 민주주의 등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반대에는 일체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좌파세력이 진보라는 브랜드를 향유할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 좌파세력의 이념지향성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들의 주장은 이익집단의 사적 이해추구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이사는 좌파와 우파간의 소모적인 이념 갈등을 해소하기위해 ▲정책 논의의 활성화 ▲과학적이고 실증적 태도의 필요 ▲이익집단의 영향 감소 ▲ 80년대의 추억과 정서에서의 탈피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