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美 이민법안…’내 안의 장벽’부터 내려놓아라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새이민법안이 결국 좌초되었다.

이민개혁법안은 2006년부터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 이민개혁법안이 제기된 것은 9.11 테러 이후 국가 안보 차원의 필요에 의해서였다. 불법체류 근로자들에 대한 단속에 초점이 맞춰졌던 2006년 초의 이민개혁법안은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대 투쟁에 직면하였으며 그 후 조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새법안이 만들어 졌다.

새이민법안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 현존 1200만 서류미비자(불법체류자)에게 이민 허가
– 국경 보안 강화를 위해 경계 설비 구축, 국경수비요원 보강
– 추후 이민법 수정이 자주 일어나지 않도록 회수 제한
– 미국에게 도움이 되는 장점 보유 정도에 따라 이민을 허락하는 이민점수제 적용
– 미국 기업의 고용자 신분 확인의무 위반 시 처벌 강화
– 임시로 체류하며 노동을 한 후 재입국을 보장하는 ‘초청노동자프로그램’ 실시
– 새로운 이민 신청자의 영어 능력 필수 구비

이 법안이 의회의 최종 표결에 들어가려면 상원 의원 100명 중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찬성 46표, 반대 53표로 부결된 것이다.

이주노동자 문제 선진국에서 또 이슈화

이민자 문제의 해결을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부시 행정부는 심히 낙심했다. 멕시코를 비롯한 인근 국가들도 일제히 실망과 불만을 표시했다. 그간 누적된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함에 최소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개혁안이었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새 개혁법안은 정파를 초월한 합의안이었지만 동시에 정파를 초월한 ‘보수 성향’과 ‘이기심’에 의해 좌절된 것이다. 공화당 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현존하는 1200만 불법체류자를 합법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불법체류자를 사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였지만 국경 강화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였다.

민주당의 경우도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을 받아들이면서도 저임금을 초래할 ‘초청노동자프로그램’에는 반대한다.

이민자들을 수용하기에 아직은 내 안의 장벽을 다 내려놓지 못한 미국인의 보수 성향이 사회 저변에 넓게 잔존해 있다. 또 저임금 일자리 창출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노동자들 속에 강하게 존재한다. 이런 보수주의와 이기심은 이민자 문제에 대한 경직성으로 귀결된다.

최근 인종 갈등이나 사회 내 ‘이방인’ 문제는 세계 국가들의 주요 이슈가 되어 있다.

분쟁지역의 문제를 제외한 정상국가, 그중에서도 선진국으로 분류될만한 나라들에서마저 새롭게 문제가 되고 있는 양상을 본다. 2005년 프랑스 소요사태, 호주에서의 인종갈등 그리고 영국, 프랑스 등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아랍계 ‘이방인들’에 대한 사회 통합 문제 등이 같은 맥락이다.

지구 공동체 만들기 미국이 앞장 서야

한국 사회도 이주노동자 문제는 이미 주요한 사회 이슈가 되어 있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다. 지난번 조승희 사건을 극복해 가는 모습에서도 나타났듯이 미국인들은 인종주의나 민족주의에 비교적 열린 사고 관념을 체득하고 있다. 그만큼 인종과 민족을 초월한 ‘인간’ 공동체의 ‘이상’에 대한 가능성을 더 많이 지녔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미국이 지닌 고유의 ‘비교우위’적 힘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 사회도 흑백 갈등을 겪은 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법‧제도덕인 문제는 없어졌다하더라도 아직도 이 문제의 잔상은 뚜렷이 남아 있다. 그리고 가끔씩 인종 문제나 흑백 갈등이 사회 문제로 비화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이민자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국가 간의 빈부 격차로 인해 당연히 생기는 문제이다. 모든 나라가 순전히 똑같은 경제 수준이 아닌 마당에야 이런 문제는 항상 생긴다. 그리고 잘 사는 나라는 못 사는 나라의 싼 노동력을 이용해 자신의 부를 연장하려 한다. 못 사는 나라의 국민은 잘 사는 나라의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위해 과감히 몸을 던지며 그 돈을 가난한 고국으로 송금하여 가족을 먹여 살린다.

오늘날 인류는 국경없는 세계를 살고 있다. 세계는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개방과 연대를 향한 열린 개혁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관념적으로는 우선 ‘민족주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민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민족의 고유성이란 결코 근원적으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있어 신축적인 법‧제도의 정비와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못사는 나라의 불만은 테러로 나타났고 그것은 잘사는 나라의 장벽을 더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직시해야 한다. 못 사는 나라 민중의 일부 그룹이 가진 파행적이며 잘못된 인식은 테러라는 결코 용납될 수도 없을뿐 아니라 추호의 설득력도 가질 수 없는 반인류적 야만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결국 잘 사는 나라가 자신의 장벽을 더 높이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잘 사는 나라가 문을 닫아걸게 되면 그 타격은 못 사는 나라 민중들에게 도리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미국의 이민개혁법안의 좌초는 잘 생각해보면 오늘날 세계 문제의 많은 고민을 던지게 하는 사안이다. 그래서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매우 안타까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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