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관련, 한국의 우파-좌파 시민단체들은 북측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문제해결방식에서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피살사건 발생일인 11일, 우파와 좌파단체들은 바로 성명과 논평을 통해 단체입장을 표했다. 우파단체들은 ‘북한군의 민간인 살해사건’으로 규정하며 김정일의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지만, 좌파단체들은 남북관계의 경색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하고, 향후 재발방지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진행여부를 신중히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피격 사건도 사건의 경위야 어찌되었든 단순 우발사고를 넘어 국민의 안전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금강산관광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의 한 단면이다”고 꼬집었다.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는 이번 사건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대한민국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힌 일로 평가했고, “마땅히 북한군 최고책임자인 김정일 위원장이 최소한의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남한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또 “금강산관광은 북한 2300백만의 주민들은 출입금지 돼 금강산 근처에도 갈 수 없게 만든 비인권적, 비인도적 관광으로 전락했다”며 “김정일 정권의 달러벌이를 위해 북한주민들의 금강산관광권리는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비판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대표 도희윤)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한국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어떠한 이유로 사망하였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그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즉시 구성하고, 금강산 관광객 사망현장에 대한 방문 조사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쇠고기 촛불집회를 주도해오고 있는 참여연대는 유감과 북측의 진지한 사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전면 대화’를 공식 제안한 만큼, 이를 구체화시켜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남북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통해 북한과의 평화적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통일시민연대(상임공동대표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이창복 사무처장은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총을 쐈다는 이슈로만 바라 볼 때는 답은 뻔한 거 아니냐”며 “이번 사건은 분단현실이 빚은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번 일로 남북관계를 경색으로 몰고 가거나, 악용하려 하는 일부 사람이나 세력이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남북관계를) 멀리 봤을 때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남북관계를 어렵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금강산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던 적이 있었다”며 “북측도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했을까 하는 생각에 의아스럽지만, 현대 아산과 남북이 재발되지 않도록 협의를 해야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6·15공동선언, 10·4선언 이행을 강조해왔던 진보연대(공동대표 오종렬)도 “이번 사건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 위해선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돼야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남북의 신뢰와 협력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여 남북관계 경색을 추구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의 해결을 통하여 최근 급속히 악화된 남북관계가 화해, 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한편, 한총련,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친북(親北)성향 단체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4일 현재까지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