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책’ 보다 ‘좋은 인사’가 더 중요하다

‘경제위기’에 따른 후폭풍으로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개각 가능성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집중 거론되면서 남북관계 실무수장인 통일부장관의 교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13일 개각 및 청와대 진용 개편과 관련, 설 연휴 이후 단행될 것임을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아직 공식적으로 (개각이) 거론된 바 없고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다”면서도 “굳이 얘기하면 (개각 시점은) 설 연휴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2년째인 만큼 확실한 색깔을 내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는 추세다. 이 같은 주장이 경제부처에서 외교안보 부처까지 확산되면서 통일장관 교체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해 12월 31일 외교·통일·국방부 합동 업무보고 당시 이 대통령이 통일부의 ‘대화를 전제로 한 남북관계 비전’과 관련해 중·장기 대북 전략의 부재를 강도 높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안보 부처 중에서 통일부가 개각설의 중심에 선 양상이다.

벌써부터 김하중 통일장관이 후임으로 이 대통령의 오른팔 이재오 전 의원, 이명박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김석우 전 통일차관, 이 대통령의 후보시절 대북정책 분야를 담당했던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등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현재 통일부 안팎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김 장관 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현 통일부의 ‘대북전략 부재’를 꼽고 있다.

김 장관은 ‘금강산 피살사건’ ‘금강산·개성관광 중단’ ‘개성공단 제한조치’ 등 북한의 대남강경책 앞에서 이렇다 할 대북전략을 제시하지 못해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직후엔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과 분명한 선을 긋지 못 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최근에는 ‘선(先) 남북대화’만을 주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장기적 관점에서 제대로 된 남북관계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 이 대통령의 대북관에 걸맞은 사람이 통일부의 수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례로 지난 1년간 통일부는 인도적 식량지원 등 남북 현안에서 ‘국민적 합의’를 내세우며 모호한 입장만을 유지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관계에 어울리지 않은 날개를 단 인물이 수장으로 있어 통일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오히려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장관이 진보-보수, 좌-우, 친북-반북의 대립속에서 보신(保身)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면 과거 대북정책과 단절을 선언하는 등 보다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반대로 김 장관의 유임에 무게를 싣는 쪽에서는 현재 남북관계의 악화는 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안보상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와 관련해 미·북 대화의 진전 등 외부 변수 없이 통일부가 단기간에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힘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정책의 원칙을 견지하며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와 ‘남남갈등’을 막는 것이 통일부의 최우선 임무며,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김 장관에게 큰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햇볕정책’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경력이 고려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관계가 급진전될 경우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 변수’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중외교관 출신인 김 장관의 유임 가능성에 힘을 싣기도 한다.

추측만 무성한 통일장관 교체 여부는 결국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 대북정책의 현실적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남북상황과 국내 여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천천히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경우 김 장관 교체는 그야말로 ‘설(說)’에 그칠 것이고, 현 시점에서 대북 원칙의 선명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측근 내 학자 또는 전직 관료, 여당 정치인 중에서 새 인물을 발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통일부장관과 통일교육원장 인선과정에서 좌파진영의 공세에 부딪쳐 인선이 좌절됐던 점을 상기할 때, 대북정책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고도 인사 실패에 따른 정책 수행 차질이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간 ‘촛불 시위’를 비롯한 극심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좋은 정책보다 더 중요한 점은 좋은 인사’라는 점을 얼마나 제대로 학습했는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