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 갈등’ 이라크 내전 위기

(문화일보 2006-02-23)
이라크 수니파의 폭탄 공격으로 유서깊은 시아파 사원이 처참히 부서졌다. 시아파들은 바그다드와 바스라 등 대도시에서 로켓추진수류탄(RPG)과 자동소총을 동원해 보복전을 벌였으며, 하루 동안 수니파 모스크 파괴공격이 잇달았다. 억눌려왔던 시아-수니 종파갈등이 내전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모스크 파괴와 보복전

22일 시아파 성지인 사마라의 아스카리야 모스크에서 폭탄이 터져 황금돔이 모두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폭발은 수니파 무장조직의 주도면밀한 공격으로 추정된다. 바그다드 북쪽 100㎞에 위치한 사마라는 1200년 전에 만들어진 아스카리야 모스크와 나선형 미나레트(첨탑)로 유명한 유적 도시.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유적 미나레트가 수니파의 박격포 공격으로 파손됐었다. 2003년 미군 점령 이래 인류문명의 고향인 이라크는 ‘유적 파괴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이슬람 문화의 자랑인 남부 나자프와 카르발라의 사원들은 수차례 수니파의 폭탄공격을 받았고, 기어이 사마라의 성지도 파괴됐다.

사마라 폭발 뒤 이라크 전역에서는 시아파의 보복 공격이 벌어졌다. AP통신은 하루 동안 90여건의 보복전이 일어나 7명 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바그다드 50여곳을 포함해 전국에서 수많은 수니파 사원이 시아파의 공격을 받았으며, 남부 바스라의 수니파 성소도 훼손됐다. 시아파 무장조직인 알 마흐디 민병대는 바그다드와 바스라에서 자동소총과 RPG를 발사하며 수니파 시설을 공격했다.

◈내전 위기

사마라 사건이 일어나자 그동안 수니파의 공격에 맞선 보복을 자제하도록 시아파들을 다독여왔던 종교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마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시아파의 봉기를 촉구했다.

알 시스타니는 후세인 정권 축출 뒤 미군정에 협력하면서 과도정부가 원활히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해왔던 인물. 그의 ‘봉기 성명’은 시아파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반영한다. 바그다드 무스탄시리야 대학의 하짐 알 나이미 교수는 “시아파들에게 있어 사마라 모스크 파괴는 메카에 대한 공격과 맞먹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곡절 끝에 헌법안이 통과된 이래 미국과 과도정부는 병력을 증강해 종파간 충돌을 막으려 애써왔다. 이번 사마라 테러는 억눌려 있던 갈등을 분출시켜 내전으로 치닫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과도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내전 위험성을 경고했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내전의 위험을 막기 위해 모두 함께 손잡아야 할 시기”라며 시아-수니 양측에 진정을 호소했다.

시아파 지도자인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도 즉시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국민들에게 단합을 촉구했다. 잘마이 칼릴자드 미국대사와 조지 케이시 미 주둔군 사령관은 “사마라 공격은 내분을 불러오기 위한 계획적인 음모”라면서 미국이 사원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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