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다가선 BDA…숨가쁜 막전막후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종착선’에 가까이 다가서기까지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은 막전.막후에서 숨가쁘게 움직였다.

특히 지난 달 미국이 과감히 시도한 와코비아 은행을 통한 송금 방안이 좌절되면서 대안을 찾기 위한 한국과 미국 등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미측은 와코비아 은행을 통한 송금 방안이 어렵게 되자 돈세탁은행으로 지정된 BDA와의 거래로 파생되는 불이익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민간은행 대신 뉴욕연방준비은행으로 방향을 돌렸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직접 송금에 개입하는 방안이었다.

이 방안이 진행되던 이달 초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등 한국 당국자들의 입에서는 “법적.기술적 장애를 과감하게 뛰어넘는 해법”을 모색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와코비아 은행을 통한 해결방안, BDA 경영진 교체후 제재 해제 방안 등에서 거푸 고배를 마셨던 미국은 이 카드를 들고 러시아를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우리도 정부가 직접 나설테니 6자회담 참가국인 러시아도 직접 나서라”는 메시지였다.

러시아는 지난 6~8일 독일에서 열린 G8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측의 제안에 최종 화답함으로써 ‘BDA→뉴욕 연방준비은행→러시아 중앙은행→러시아의 민간 극동상업은행’ 구도는 공식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러시아간 ‘강대국 정치’가 작용하면서 일이 풀리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 과정에서 단연 주목받은 것은 러시아의 역할이다. 6자회담에서 일본과 함께 미미한 역할을 하는데 그쳤던 러시아가 이번 BDA 문제에서는 일약 주연으로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요청이 있었고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니까 한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번에 한 몫을 담당함으로써 6자회담에서 존재감을 확인하고 향후 6자회담 맥락에서 이뤄질 대북 에너지 지원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남는 장사’라는 셈을 했을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사실 지난 1일 끝난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에 약속한 쌀 차관 지원을 2.13 합의 이행 착수 이후로 미룬 순간부터 한국은 BDA문제의 직접 이해관계자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송 장관은 지난 3일 제주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역할을 당부했고 4,5일 두차례 걸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긴밀한 전화 협의를 했다.

또 5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협력대화(ACD) 참석을 계기로 공식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적극적 역할을 집중적으로 당부했다. 이른 바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다.

러시아측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확인한 데 고무된 송 장관은 회담에 이어진 만찬에서 만찬주로 와인 대신 보드카를 돌리며 분위기를 돋궜고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당신은 정말 손님 대접을 할 줄 안다”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BDA 송금문제의 한 축인 중국은 ‘기여도’가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게 됐다.

BDA의 소재지인 마카오를 영토로 둔 중국으로서 BDA 자금 송금과정에서 맡게 될 역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행(BOC)이 관여하는 방안, BDA 경영진 교체방안 등 종전 시도된 해법에 대해 중국 정부가 미온적으로 나서면서 결국 BDA 문제의 결정적 해결사 역은 러시아로 넘어가게 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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