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무산될까 초조한 北, 동창리 위성발사장 해체?

전문가들 "北, 미국과의 협상 모멘텀 살리겠다는 의도"…일각선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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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 발사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나가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시간)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핵심시설 해체 시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 군사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의 위성사진 판독 결과를 토대로 서해위성발사장 내 로켓엔진 시험대 등에 대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파괴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후 40여 일 만에 관련한 움직임이 포착됨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일각에서는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한 반응도 제기되고 있지만, 38노스는 “해체 작업에 상당한 진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의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이끌어 낼 유인책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미사일 시험장을 해체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보면 (북미 간) 다음 단계의 대화로 나가기에는 충분한, 의미 있는 선행 조치라고 볼 수 있다”며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별다른 합의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미국 내 여론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미사일시험장을 해체하려는 노력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그러면서 “이러한 부분은 미국으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여, 북한은 실무협상이 진행될 때 종전선언을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미사일시험장 해체로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고 실무협상이 잘 진행된다면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실제 북한은 연일 매체를 통해 조속한 종전선언 추진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후속조치 없이는 종전선언을 유보하겠다는 미국을 비판한 데 이어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종전선언 문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연내 종전선언 채택 문제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에도 명시돼 있는 만큼, 북한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난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동창리 엔진시험장을 해체한다고 해도 비핵화의 몸체는 아니기 때문에 그보다 더한 것, 예컨대 신고나 검증에 합의해야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에 북한은 이 정도에서 종전선언을 해야 추가적인 조치를 할 대내적인 명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내부를 설득할 명분이 될 수 있는 종전선언을 채택해야 비핵화 후속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 간에 이해 충돌이 발생하고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어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미사일이 완성됐기 때문에 더 이상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관계에서 파격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아울러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군사연습, 주한미군, 유엔사 해체 등 많은 레버리지(지렛대)가 생기기 때문에 향후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속셈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상황 변화를 유도하는 움직임에 나서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북한의 전반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 센터장은 “핵능력 하나하나를 가지고 협상하다보면 비핵화가 어느 정도로 될 것인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고와 검증, 폐기라는 포괄적 합의에 대한 논의로 협상의 방향을 전환시켜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신고가 이뤄질 때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부합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청와대는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움직임에 “비핵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통일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한 북한의 동향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 내용들이 차질 없이 잘 이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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