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밥상에 숟가락 놓는 검찰·새누리·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종북세력의 위험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28일 북한보다 종북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종북이란 용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종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우려를 전달한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언급이라 보기에는 그 수위가 매우 높았다. 이념적인 용어를 그대로 인용하며 ‘북한보다 더 문제’라는 표현에서 이제 우리의 주적은 ‘종북’이라는 메시지도 깔려 있는 듯 하다.   


사실 종북세력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었다. 2008년 취임 4개월 만에 발생한 광우병 시위는 이명박 정부의 허리를 꺾어놨고 개혁은 동력을 잃었다. 광우병 시위는 ‘좌파 선동’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내부를 드려다 보면 종북세력의 작품이다. 통진당이 혼란에 쌓이자 촛불이 힘을 잃은 데서도 쉽게 드러난다. 이념의 시대는 갔다며 ‘실용’을 표방한 이 정부의 틈새를 종북 이념세력들은 집요하게 흔들어댔다. 벌이는 국책사업마다 반대 목소리가 진동했다.


임기 내내 종북세력에게 시달린 이 대통령이 이제와서 종북 문제를 꺼내 든 것이 웬지 어색한 느낌이다. 국가지도자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 때가 너무 늦었고 방식도 아마추어다. 통진당 경선 비리로 국민적 비난이 비등하자 검찰과 한나라당에 이어 대통령까지 ‘종북 패기’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 보려는 것 같다. 광우병 시위나 천안함 괴담 당시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해 숨기 급급했던 사람들이 무슨 종북의 심판자인냥 나서는 꼴 마냥 우습기까지 하다.  


새누리당은 통진당 사태로 종북 주사파의 국회 입성이 우려된다며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제명하겠다고 요란을 떨고 있다. 종북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나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가 없는 당선자의 생각을 문제 삼아 제명하겠다는 것은 간접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도전, 또는 헌법이 보장한 사상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18대 국회에서 이정희, 김선동 같은 종북 성향의 국회의원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활동했는데 이제와서 ‘국가 안보’가 풍전등화에 처한 것처럼 소란을 피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검찰의 통진당 부정경선 수사가 미칠 파장이 궁금하지만 오히려 통진당 내부 종북 문제를 더 꼬이게 한 것도 사실이다. 종북세력의 전횡을 막으려는 신당권파는 검찰과 구당권파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우느라 힘이 달린 모습이다. 쇄신의 성패 여부가 달린 속도도 더뎌졌다. 외란(外亂)의 틈을 타고 구당권파가 다수의 힘을 복원하고 있다. 당내 비주류세력이 당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NL비주류 인천, 울산연합이 혁신에 힘을 실었기 때문인데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들이 구당권파로 이동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종북주의 문제는 대통령의 경고나 한나라당의 제명 논의, 검찰의 수사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당 해체 주장도 실효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 독일이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공산당을 해체했지만 후일 역사적 평가는 되레 부정적이다. 법이나 공권력을 동원한 대책은 오히려 정치적 역풍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한 우파 논객이 김정일, 김정은을 욕해야 종북세력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것도 욕설과 비판을 구별하지 않은 과잉 대응이다.
 
종북세력 퇴치는 법과 제도에 의존하는 것보다 사상적,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종북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 정치권에서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 야권연대 저지는 종북의 확산을 막는 최전선이다. 또한 종북주의 허상을 고발해 사상의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한다. 종북의 숙주는 북한이다. 북한이 존재하지 않는 마당에 이를 추종하는 세력이 성립할 수 없다. 얼마 남지 않은 김정은 정권을 민주화 시키는데 국민적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