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오바마, 약하게 안보이려 對北강경책 펼 것”

미국 대선 결과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가운데, 오바마 정권이 당장 미북관계 개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미 전문가의 전망이 제기됐다.

존 페퍼(사진) 미국 국제관계센터 국제문제 담당 국장은 5일 ‘데일리엔케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북핵 프로그램 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북 양자협상에 호감을 갖고 있지만 김정일과의 만남이 그의 대외 협상 리스트에서 반드시 상위에 위치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페퍼 국장은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대통령의 입장’과 ‘대통령 후보자’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오바마는 얼마 간 국가안보문제나 대북정책에 있어서 ‘연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훨씬 더 강경한 (대북)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북핵 불능화 협상과 관련해선, “영변 외 지역에 대한 사찰에 대해 미북간 상호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단서는 미북간 계속 마찰이 이어 질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안보 환경, 충분한 경제적 보상, 그리고 미북관계 정상화에 대해 확신하지 않는다면 핵억제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오바마의 부통령으로 지명된 조 바이든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한결같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때때로 북한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서 북핵문제에 집중하는 이중트랙(the dual track)을 유지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음은 페퍼 국장과의 일문일답]

–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떻게 변화가 예상되나?

“매케인은 북한에 대해 양보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던 1기 부시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관심을 가졌지만, 오바마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폐기시키고 북미관계 정상화의 기초를 만들어 내기 위해 힘겹게 협상했던 2기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에 호감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대통령의 입장’과 ‘대통령 후보자’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빌 클린턴은 후보 시절 중국에 대해 강경노선을 취했으나, 대통령이 되자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로 유도해냈다. 부시는 후보자일 때는 신중한 외교정책을 지지했지만, 대통령이 되자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부터도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오바마 또한 얼마간은 국가안보문제나 대북정책에 있어서 ‘연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북한에 대해 훨씬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 오바마는 김정일을 비롯해 독재자들하고도 직접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는 등 대화 중심의 외교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미북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나.

“후보자로서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과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실제 독재자들과 대화에 하려는 그의 의지는 과거 미국외교정책 역사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닉슨은 모택동과 대화를 했고,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와 대화를 했다. 하지만 이런 회담은 조심스럽게 선정되고 준비되는 것이다.

오바마는 매달 각기 다른 독재자들과 자리를 같이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협상 대상을 아주 조심스럽게 선별할 것이다. 김정일과의 만남이 그의 대외 협상 리스트에서 반드시 상위에 위치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비록 북핵 위기가 주요 장애지만 그런 면담일수록 더욱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오바마와 김정일 사이에 정상회담이 마련된다면, 미북간 관계정상화는 사실상 속도가 붙을 것이다.”

– 미북간 검증 합의를 통해 북핵 폐기 2단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북핵 폐기 3단계 협상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나는 북핵 검증단계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과 북한은 워싱턴에서 서로가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 타협안을 만들어 냈다. 영변 외 지역에 대한 사찰에 대해 미북간 상호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단서는 여러 지역들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요구와 사찰을 허가하지 않으려는 북한 사이에 계속 마찰이 이어 질 것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미북 양측이 추가적인 검증 지역과 방법에 대해 충분한 타협에 도달하게 된다면, 우리는 워싱턴의 새로운 정부가 ‘비핵화 3단계’로 옮겨가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어려운 단계가 될 것이다. 비적대적 안보 환경, 충분한 경제적 보상, 그리고 미북관계 정상화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북한이 확신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핵 억제력 포기를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재래식 군사력을 신속히 현대화하고 있음에 따라, 북한은 자신들의 재래식 군사력이 한국과 일본에 추월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경제적 보상 중 하나였던 경수로는 미국이 단호하게 거부한 바 있다. 그리고 미북관계 정상화는 북한인권 향상 등과 같은 북한이 논의 자체를 꺼려 해왔던 요인들이 관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 것으로 보나.

“오바마의 부통령으로 지명된 조 바이든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한결같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때때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북핵문제에 집중하는 이중트랙(the dual track)을 유지할 것 같다.”

–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미동맹은 어떻게 될까? 한국은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양국의 군사동맹 전망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는 미국 대통령 후보자들에게는 필수적인 것이다. 나는 오바마 역시 한미동맹의 발전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중동 문제와 에너지 문제에 집중할 것이지만 한반도 문제에도 중요성을 둘 것이다.

주한미군의 단계적 재배치와 한국 군사력을 현대화하는 문제는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는가와 상관없이 진행될 문제다. 내 생각은 매케인과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적 의도에 대해서 일정 정도의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바마와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접근에 있어서 서로 생각이 비슷할 것으로 본다.

어떤 경우든 한미동맹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보다는 더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