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前 유엔주재미국대사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9일 동결됐던 방코델타아시아(BDA)북한자금 문제가 해결된 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을 초청한 데 대해 “한.미.일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서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를 움직여온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적 인물이지만 최근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온 볼턴 전 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핵사태 진전을 미국 대북전략이 성공한 게 아니라 “북한의 외교전략이 성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BDA 문제 해결을 위해 뉴욕연방은행이 개입하는 등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선 데 대해 “북한이 거래를 깨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이 굴복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보냈다”면서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지시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더이상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하면 “비타협적인 태도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BDA 북한자금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이 IAEA 대표단을 초청하는 등 북핵 6자회담이 진전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전략이 성공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나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이번 협상목적은 한국과 미국, 일본으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혜택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2.13합의’를 보면 BDA나 북한의 국제금융시장 접근 보장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단지 60일이내에 북한이 영변 핵원자로를 폐쇄한다는 약속만 있다. 2.13 합의가 있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지 않은 채 BDA 자금을 돌려받고 다른 양보만 얻어냈다. 북한의 외교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향후 북핵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북한은 계속 시간을 끌며 장난을 칠 것이다. 북한은 한국이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길 바랄 것이다.

북한은 5만t 중유지원을 바랄 것이고 영변 핵시설 문제를 만지작거리며 나머지 95만t의 중유지원을 얻어내길 바랄 것이다. 또 부시 행정부가 끝나고 좀 더 고분고분한 민주당 정권이 출현하길 바랄 것이며 더 많은 양보를 추구할 것이다.

–만약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현재 공화당보다 북한의 입장에 더 동조할 것으로 보나.

▲ 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클린턴 행정부의 복귀로 볼 것이고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은 그 때가면 모두 물러날 것으로 볼 것이다. 북한이 진짜 갖고 있는 생각은 경제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그들이 합의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것이다.

영변 핵원자로 자체가 수명을 다했다. 다시 말해서 안전하지도 않고 더이상 가동하는 게 현명하지도 않다. 북한은 이미 폐연료봉에서 모든 플루토늄을 추출했기 때문에 더이상 얻을 것도 없다. 따라서 북한에게 영변 핵시설 폐쇄는 핵무기 프로그램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 북한은 나머지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다른 대체 핵시설을 확보했거나 우라늄농축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IAEA가 이를 사찰해야 정답을 알게 될 것이다. 얼마나 걸릴 지 모른다. 만약 영변원자로가 가치가 없다면 북한은 IAEA 사찰을 곧 허용할 것이다.

–북한이 얼마나 이렇게 ‘장난’을 칠 것이라고 보나.

▲부시 행정부 임기가 18개월 남았다. 한국 정부는 즉각적으로 인도적 지원으로 돌아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2.13합의’나 `9.19공동성명’을 많이 이행하지 않고도 지원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북한이 과거 제네바 기본합의에서 따랐던 패턴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북한이 더이상 외부의 도움이 필요없다고 판단하면 어떻게 할 것으로 보나.

▲그들은 더 비타협적인 태도로 돌아갈 것이다.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9.19 공동성명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BDA 북한 자금 문제에 대한 정책을 뒤집게 되면 부딪히게 될 많은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BDA 북한 자금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가 미국 정책의 실패라는 것인가.

▲그렇다. 북한이 북미간에 합의를 깨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이 굴복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보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북한에 잘못된 인센티브를 줄 수 있고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지시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바꾸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북한은 이미 2.13합의를 위반하고 있다. 북한은 다시 이를 위반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의 패턴이 명확해지면 부시 대통령은 2.13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라는 2.13합의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행할 의도가 조금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당근보다 채찍을 써야 올바른 행동을 할 것이라는 주장인가.

▲BDA 북한 자금을 풀어줌으로써 우리는 북한을 코너에서 놓아줬다. 이는 북한이 압박을 받을 때보다 2.13합의를 덜 준수하게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갖거나, 군사적으로 선제공격할 경우 모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나.

▲군사공격은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하거나 최소한 제한할 수 있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다. 최후의 선택이다. 내가 선호하는 방안은 북한체제가 붕괴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한반도의 통일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인 목적일 것이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을텐데.

▲틀림없이 난민문제가 생길 것이지만 일시적인 문제다. 미국, 일본, 중국이 남북한이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냉전 종식 후 동유럽과 중부유럽에서 많은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매우 작은 수준에서만 발생했고 그 체제 자체가 붕괴됐다. 만약 많은 난민들이 발생하면 전세계가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고, 대량 난민이 발생하면 김정일 체제는 반드시 몰락할 것이다.

–북한이 핵시설을 모두 신고할 것으로 예상하나.

▲영변 핵시설을 폐쇄한 이후 다음 단계 조치로 북한은 그들의 핵능력을 모두 신고해야 하지만 그들은 완전히 공개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북한은 핵무기를 한국, 일본, 미국을 겨냥한 최후의 카드로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핵무기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치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김정일의 마지막 카드인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와 중동문제에 너무 몰입돼 있어서 북한 핵문제는 외교적 방법으로 풀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건 잘못된 인식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문제에 깊게 개입돼 있지만 그것이 한반도에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미국의 조치를 방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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