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치된 통일부, 쇄신작업 이제부터 본격화 해야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통일부를 존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가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여야간 타협의 산물임은 분명하지만,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의 개혁개방 플랜을 수립하고 남북통합을 준비할 부처를 존속시키기로 한 것은 납득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통일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아래서 정권의 상징처럼 군림해왔다. 북한 핵실험으로 햇볕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대북지원을 계속하는 뚝심 ‘코드’를 과시했다. 이 와중에 남북관계 확대를 명목으로 경협, 인도 지원, 회담, 홍보 조직과 인력, 굴리는 돈의 액수를 대폭 늘려왔다.

그 결과 소위 통일부 사람들 머리 속에는 다음과 같은 인식의 돌연변이가 생겨났다. 북한에 일단 뭔가를 쥐어줘야만 남북관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고정변수이며,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인권을 유린해도 일리가 있거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이해해야 하며, 우리가 섣불리 무슨 요구나 개혁개방이라도 말을 꺼내면 북한은 판을 깨기 때문에 침묵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결국 햇볕 10년은 ‘대북 퍼주기’라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이르렀고, 햇볕 첨병 역할을 해온 통일부는 대선 직후부터 거센 존폐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통일부가 살아난 조건에서는 중첩된 기능을 타 부처에 이관시킨다 해도 정책 총괄은 통일부가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를 유지하고도 대북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따로 두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거니와 차기 정부의 정부 슬림화 기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햇볕에 길들여온 조직구조와 인력으로는 향후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치권의 논의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의 폐해를 일신하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 기조는 북한 핵폐기, 북한주민(탈북자) 인권 보장, 대외개방 압박 등은 국제공조의 힘을 바탕으로 추진하도록 타 부처에 이관하고, 통일부는 남북간 회담 등으로 실무를 최소화 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의 밑그림을 주도하는 일이 돼야 한다. 사실상 통일부 업무의 7할을 덜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인적 쇄신도 주저할 상황이 아니다. 북한이 회담에서 갖가지 억지 주장을 내놔도 ‘일리가 있다’며 북측 대변인을 자임하고, 북한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 남북관계가 파탄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코드 관료들은 1차 청산 대상이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경협과 시장논리, 대북지원과 국민 세금, 화해협력과 인권문제 등을 균형 있게 추진할 새 인물들이 포진해야 할 것이다.

햇볕정책 10년을 극복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존폐 논란으로 정쟁의 대상이 됐던 통일부가 존치로 방향을 잡은 이상, 합리적인 쇄신 작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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