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들도 질겁할 北보안원의 골목장 단속

북한에서 골목장으로 불리는 노점을 단속을 하는 보안원(경찰)과 단속원들의 뇌물 수수 및 갈취 행태가 흡사 우리 사회의 조직폭력배를 능가할 정도로 위압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평양에서 도매업을 하는 김순정(가명·여) 씨는 28일 국경지역에서 가진 통화에서 “평양에서도 군관이나 노동자 세대 여성들은 지방처럼 장사를 해야 먹고 산다. 이 사람들이 상설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대동강 뚝상(강변)이나 골목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이 사람들의 푼돈을 조직적으로 갈취하는 보안원들 때문에 원성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최근 평양에서 동평양과 서평양이 만나는 대동강을 중심으로 강변에 노점들이 크게 늘었다. 서쪽에 중구역과 평천구역, 동쪽으로 대동강, 동대원, 선교구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매일 단속원들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여야 하는데, 보안원들이 단속을 무마하는 대가로 상설시장과 같은 액수의 자리세를 받기 때문이다. 상설시장 매대 이용요금은 250원 수준이다. 노점상이 100명이면 앉아서 25000원을 버는 셈이다.


김 씨는 “자리세 250원을 내지 않기 위해 물건을 들고 이리저리 뛰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면서 “요새는 보안원들이 핸드폰을 들고 사람을 몰기 때문에 눈치 보면서 도망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안원들과 단속원들의 상납 요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릿세 이외에도 보안서장과 간부들에게 상납할 고기와 술을 정기적으로 마련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상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에서 장사를 금지했다’는 등의 핑계로 물건을 압수하고 벌금을 2, 3만원 물린다고 한다.


김 씨는 상설시장에서도 이러한 횡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설시장에는 검열이라는 명목으로 책임부장(관리 책임자)이 현장에 나오면 필요한 물건을 열거해서 가져가고, 나머지도 자신들이 평소 욕심 내온 물건을 적당히 걷고 나면 그 즉시 철수해버린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 우리의 포장마차에 해당하는 간이 주점들이 확산되고 있는데 보안원들은 여기서 아무 돈도 내지 않고 술과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이러한 간이주점은 저녁 11시까지 장사를 한다. 상인들은 여기서 돼지고기와 술 등을 파는데 보안원들이 저녁 무렵 찾아와서 거나하게 먹고 난 다음 “동무, 장사 잘하라”는 한 마디를 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평안남도 평성에서 장사를 하는 이옥림(가명·여) 씨는 “올해부터 한국 상품과 군대 물품 판매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한국 물건이 좋으니까 장사꾼들은 한국 물건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한국 물품을 불시에 단속해 압수하고 며칠 뒤 몇 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돌려준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한국 물건을 들여오는 도매상들은 신의주를 통해 들어오는데 이들은 단속되면 벌금을 10만원 이상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번 단속되면 보안원과 안면을 틔우고 뇌물을 상납하면 그 다음부터는 한국 상품 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도매상을 단속하면 정기적인 상납액수의 규모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보안원들도 여기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보안원이 중앙당 비서보다 높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고 이 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