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北)과 거래하는 당신에게 손자왈 “以逸待勞”

북한은 13일 금강산 관광 지구 내 이산가족 면회소 등에 ‘동결’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근무자들을 추방했다. 북한 사전에 동결은 ‘재산 같은 것을 그대로 머물러 두고 옮기거나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남측 소유라 해도 동결 조치 이후에는 접근이나 사용, 임의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북한 영토 내에 있지만 엄연히 남한 정부 소유의 건물에 대해 동결 스티커를 붙인 것은 사실상 압류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이 제한돼 있는 조건에서 동결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음에도 이를 통보한 것은 ‘관광을 재개하지 않으면 재산을 몰수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 한 행동이다. 지난달 4일 북한은 금강산·개성관광 사업 파기 담화 발표를 시작으로 이후 14일 마지막 경고, 18일 재산 몰수 후 새 사업자와 사업 계약을 공언한 바 있다.


말과 협박으로도 안되니까 실력행사에 들어가겠다는 것인데 이쯤 되면 북한의 행태는 조직폭력배가 선량한 시민을 협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조직 폭력배가 나와바리(세력권)에 있는 가계 업주에게 관리비(보호비)를 요구하며 협박을 하다가 통하지 않자 가게 자체를 먹겠다고 달려든 모양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내 부동산 동결에 이어 개성공단도 똘똘 틀어 막아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하고 있다. 지난 8일 개성공단 사업 전면 재검토를 경고한 데 이어 10일 군부 통지문을 통해 남북 육로통행에 대한 군사적 보장 합의 문제를 정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의 태도라면 단순한 엄포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따지고 들어가 보면 북한의 억지와 협박은 더욱 분명해진다. 2008년 7월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한 이후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 일시 중단을 선언하고 피격사건 공동조사와 관광객 신변 안전 방안 구체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사건은 유감이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고 통보했다.


이후 개성공단에서 우리측 직원이 북한 측에 억류돼 136일 간 우리 측의 접근이 거부 당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정부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문제를 교류 협력의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북측은 여기에 김정일의 신변 안전 보장 구두 약속을 들고 나왔으나 구체적인 문서화는 거부했다. 이 와중에 현대아산과 북측이 관광 재개에 변칙적으로 합의했으나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일각 햇볕파들의 주장처럼 남북경협 차원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실제 우리 국민이 언제라도 피격 당하고 억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험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북측은 남북 경협 과정에서 피격 사건 책임전가, 남측인원 추방, 개성관광 차단, 경의선 철도운행 잠정 중단, 민간인 체포 조사 억류, 개성공단 계약 무효 선언, 개성공단 육로 통행 제한 후 임금 수십 배 인상 요구, 금강산 재산 압류 예고 등을 반복해왔다.


떼쓰고, 협박하고, 업무를 방해해서라도 자기 이해관계를 관철하겠다는 심산이다. 전형적인 조직폭력배식 처신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전반적인 남북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우리 정부의 인내심이 신통할 정도다.


우리 통일부 장관은 13일 개성공단에 위협을 가하면 남북관계는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조폭식 사업 방법이 결국은 북한에 손해라는 것을 똑똑히 가르쳐주겠다는 뜻이다. 당장 때려서 버릇을 고치지는 못해도 ‘나만 손해’라는 교훈을 깨닫게 해줄 모양이다.


과거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는 사실 조직폭력배를 일소해 우리 사회에 법과 상식을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 상황에서 북한을 두들겨 패서 버릇을 들이기는 힘든 노릇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계약과 상식이 뭔지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권유할 만한 전술이다. 손자병법에는 ‘이일대로(以逸待勞)’라는 전법이 나온다. 상대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수비에 임하여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조폭식 협박을 일삼는 북한을 상대할 때는 그들의 억지와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던져주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우직하게 기다리면서 상대를 지치게 하는 방안도 괜찮은 전술로 생각된다. 다만 햇볕파들이 내부 분란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