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인사도 ‘천안함 北 소행’ 토로하는데

“솔직히 또 북한이 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한 관계자가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조총련은 지난 22일~23일 이틀간 3년 만에 ‘전체대회’를 개최했다.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공개된 직후 열린 행사라 일본내 언론의 관심도 적지 않았다.


허종만 조총련 책임부의장은 전체대회에서 “천안함 사건과 조사결과는 미국의 승인과 비호에 따른 (남한의) 날조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조총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여전히 ‘남한의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총련의 공식입장도 이와 똑같다. 하지만 최근 조총련이 보이고 있는 행동은 과거와 차이가 많다.


조총련이 진심으로 천안함 사건을 ‘남한의 날조’라고 믿는다면 한국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직후 주일 한국 대사관이나 한국을 지지하는 일본 정부를 찾아가 대대적인 항의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


근래 들어 일본의 여론이나 언론이 조총련에 대해 엄격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 크게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몇 개월 전 ‘고교 무상화’ 문제로 일본 내 진보세력과 함께 기세를 올렸던 조총련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소극적인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총련은 과거 미얀마 아웅산 폭파 사건이나 KAL기 폭파 사건, 그리고 일본인 납치 사건 등 북한이 저지른 수많은 테러 행위를 모두 부정해왔다. 그러나 2002년 김정일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전격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조총련 조직은 명분과 구심력을 모두 잃었고 조직원들이 대거 탈퇴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그런 과거 때문에 조총련은 이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내부에서 조차 화제 삼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 조총련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천안함 사건을 화제로 올리게 되면 북한의 범행임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명백한 가운데 섣불리 이를 부정했다가는 미래에 더 큰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딜레마가 조총련 내부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고교 무상화’ 문제로 인해 조총련에 동정을 표시했던 일본의 진보세력이나 재일 동포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만큼은 북한을 옹호하지 않고 있다. 조총련의 입장에서는 모처럼 ‘고교 무상화’ 운동으로 이룬 성과가 북한의 천안함 공격으로 인해 무너지게 생겼다. 북한처럼 고립무원의 상태이면서도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조총련의 자업자득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제나 제시되는 주장이지만, 조총련은 하루라도 빨리 김정일 정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건전한 동포 조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일본정부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일본내  민심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다. 일본은 지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나 구제역 사태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옆나라에서 벌어진 군함 침몰 사건까지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내 지식인들은 이번 사건이 과거 북한의 테러 행위나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간 군사충돌과는 차원이 다른 군사적 행동이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는 없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일본은 북한과 ‘일본인 납치 문제’라는 현안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데일리NK 도쿄지국 개설 세미나’에서 발표되었던 것과 같이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들은 북한의 공작 기관 등에서 일본어 강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넓은 의미에서 납치된 일본인들이 북한의 테러 행위나 군사도발에 강제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지식인들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된 직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한일공조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정치가들은 물밑에서 북한과 접촉을 하고 있다는 정보도 들린다. 북한은 일본과의 접촉을 통해 ‘국제적 고립’ 국면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가들이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과 협상을 벌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전체 일본인에 대한 배신 행위일 뿐 아니라 일본 정부가 지지를 표명한 한국 정부, 그리고 김정일 정권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한국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가 되고 만다. 


김정일 정권과 손을 잡자고 하는 일부 세력의 움직임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이번 천안함 사건은 일본 내에도 김정일 정권의 폭력적인 본질을 낱낱이 폭로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과 국민들 간의 연대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은 46명의 장병을 잃었고, 일본은 수 십명의 국민을 김정일 정권에 빼앗겼다. 한국과 일본이 손을 맞잡고 김정일 정권과 맞선다는 것은 그 자체가 역사의 획기적인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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