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김정일 옹호냐, 동포사회 재건이냐?”

▲ 조총련 50주년 행사에서 연설하는 서만술 조총련 의장 <사진:연합>

“서만술 위원장! 평양을 추종할 것인지, 동포들과 함께 갈 것인지 확실히 결정하라!”

근래에 조총련 지방 조직마다 이런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2002년 9월 17일의 일-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일본인 납치와 공작선 문제에 대해 사과한 후에 재일동포 사회에서는 조총련 중앙 집행부, 특히 서만술-허종만 체제에 대한 비판이 커져 왔다.

지방 조직에서 집행부 퇴진운동 시작돼

당시 현 조총련 집행부는 북한당국에 의한 일본인 납치 사건을 ‘조작’이라고 주장해 왔던 것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지 않고, 남의 일처럼 ‘유감’이라고 표명하며 “조총련이 납치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할 이유나 책임은 없다”고 변명으로 일관해 재일동포사회의 분노를 일으켰다.

조총련 지방 본부의 위원장들을 비롯한 양심적인 간부나 상공인, 특히 신진 간부들은 이러다가 조총련이 재일동포들에게 완전히 버림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2002년 11월에는 시즈오카에서 히로시마에 이르는 젊은 간부들이 실명으로 작성한 의견서를 조총련 중앙집행부에 제출했다. 이외에도 여러 형태의 혁신의견서들이 조총련 중앙에 제출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조총련 산하에 있는 재일동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현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되어 각계 각층에 퍼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동포들이 현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55년에 조총련이 결성된 후 최초의 일이었다.

동포사회, “조총련은 변해야 한다”

현재, 조총련계의 양심적 간부와 상공인, 일반 동포가 요구하고 있는 ‘혁신개혁안’은 모두 다 조총련이라는 조직의 근간을 바꾸고자 하는 문제인식을 담고 있다.

동포사회에서 제출된 ‘혁신개혁안’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① 김정일 정권에 맹종 하는 것이 아니라 재일동포로서의 주체성를 확립하여, 조총련은 동포에 의한, 동포를 위한 조직으로서 거듭 태어나라!

② 조총련 강령 1조를 개정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만을 진정한 조국으로 하는 조국관을 고쳐라!(대한한국도 재일동포의 조국이다!)

③ 허종만 책임부의장은 즉각 퇴진하라!

④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직접, 비밀 투표로 조총련 지도부를 선출하라!

⑤ 민족학교를 비롯한 동포사회의 공유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한 것에 대해 책임져라!

⑥ 김일성-김정일 우상숭배 교육을 중단하고 민주주의적 민족교육을 실시하라!

⑦ 조총련 산하의 신용조합들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라!

이러한 동포사회의 주장에 당황한 서만술-허종만 지도부는 2002년 12월7일 지방 본부장 연석 회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현 체제를 지지하도록 종용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동포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하는 지방 위원장들의 반발 때문에 완전한 의견통일을 꾀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신진 간부들의 연대가 더욱 공고해져 동오사카(東大阪)의 백성보(白星保) 분회장, 군마(君馬)현 중북지부 박정문(朴正文) 전 부위원장, 도쿄(東京) 타이토(台東)지부 상공회 이수오(李修吾) 회장처럼 일본인 납치문제를 솔직하게 사죄하는 독자 행보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조총련 중앙은 오사카 본부의 오수진 위원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하고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한 <조선신보>의 사원 28명을 정리해고 명목으로 내쫓는 ‘보복행동’을 보였다.

위기를 느낀 조총련 중앙은 2003년에 <내외의 정세와 조총련 활동에 대해>라는 제목의 핵심 간부에 대한 설명회를 전개해 중간간부들에 대한 ‘설득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그 당시 내용은 한마디로 ‘궤변’과 ‘회유’로 일관해 허종만 체제의 빈곤한 이념과 불량한 양심만 들통났다.

”대한민국도 우리의 조국이다”

<내외의 정세와 총연합 활동에 대하며>는 크게 2개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째는 조총련 내부의 사상적 동요가 심해지고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를 분석하고 있으며, 둘째는 일본의 경찰당국의 <파괴활동방지법: 내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선전•선동을 처벌하고 폭력적 사회파괴활동을 행하거나 그 명백한 우려가 있는 단체를 강제로 해산하는 일본의 형법> 적용 압력에 대한 대응 문제를 밝히고 있다.

이 문건은 조총련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①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②북한만을 진정한 조국으로 확정하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간부들이 증가한 것
③허종만 위원장의 퇴진 요구가 노골적으로 커지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또한 이러한 ‘조직의 위기’는 동구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나 북한의 ‘고난의 행군’시절에도 없었던 현상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 문건은 특히 심각한 문제로서 ②번 문제를 꼽고 있다.

조총련계 동포사회에서 “민주화 된 한국도 우리의 조국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확산되자 조총련 중앙은 “(한반도)남쪽과 북쪽의 양 정권을 조국이라고 보는 것은 실수며 한국은 우리가 지지하는 조국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조국 문제는 ‘귀속(歸屬)’ 문제이며, ‘귀속’은 어느 국가에 속하는가 하는 문제이므로 우리는 ‘북조선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 귀속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된다. 따라서 진정한 조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외에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총련 중앙이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한다면 “70만 재일동포를 대표하는 조총련!”이라는 자화자찬(自畵自讚) 문구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원래 ‘귀속’이라고 하는 말은 사람들이 구성하는 ‘공동체’와 연관지어 사용하는 개념이다. 공동체에는 ‘민족공동체’를 시작으로 다양한 공동체가 존재한다. 국가도 그 중의 하나이다. 조총련 중앙이 “조국의 문제는 귀속의 문제다”라고 하는 궤변으로 신진 간부와 일반동포들의 주장을 억누르고 있지만,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귀속’은 국가에 대한 ‘귀속’보다 ‘민족공동체’에 대한 ‘귀속’이다

그러므로 조총련계 재일 동포들이 “한국도 우리의 조국이다”라고 하는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타당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총련 중앙이 재일동포의 대변자라고 주장하려면 이러한 동포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서만술-허종만에 대한 동포들의 분노 커져

또한 이 문건은 ③번 문제에 대한 위기감을 강조했다.

조은(朝銀)신용조합은 파산했고, 민족교육은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교육으로 얼룩지고 있으며, 동포사회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는 서만술-허종만 체제에 대해 동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히 허종만 책임부의장은 조총련계 동포 100명 중 99명 이상이 혐오하고 있는 사람이다.

각지방 현(縣) 본부에서는 서만술-허종만 지도부의 지시에 따르면 조직이 운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독자적인 판단과 행동을 시작했다. 그런데도 김정일은 서만술- 허종만 체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대중을 무시하는 그의 태도는 여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조총련 중앙지도부는 대부분이 허종만 추종자 들이다. 특히 남승우 부의장은 전형적인 인물이다. 조총련 국제국(國際局)이라는 방계(傍系) 출신이 부의장까지 올라간 것은 허종만 책임부의장에 대한 순종 때문이었다.

지금 조총련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오직 ‘김정일 장군님’만 바라보고 있는 현 집행부가 퇴진하지 않는 한,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는 동포들의 시름은 깊어 갈 뿐이다.

박두진 / 본지 고문(재일 통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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