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외교는 北주민 조용한 죽음 초래”

“정부는 왜 북한의 인권을 외면하는가.”

9일 북한인권국제대회 본회의가 열린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북한 인권상황이 심각하다”는 말 다음으로 많이 터져나온 지적이다.

국제대회장을 맡은 유세희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먼저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라며 포용정책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후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헛된 꿈’에 불과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도 “김정일 정권의 눈치보는 정부의 조용한 외교가 부끄럽고 안타깝다”면서 “우리의 조용한 외교는 북한 주민의 조용한 죽음을 초래한다”고까지 말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은 올해 북한인권 관련 법안과 결의안, 국정조사 요구서 등 20건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인권개선 없이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가 불가능하다”며 “남한이 북한인권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같은 민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머스 밀리아 사무총장대행 역시 “북한은 프리덤하우스가 인권보고서를 작성한 이래 최악.최하위의 인권점수를 여러 해 동안 받은 유일한 국가”라며 6자회담에서 핵문제와 함께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미국 행정부의 북한인권특사 지명과 관련한 예산안 통과를 언급하면서 “북한인권법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공격’의 대상은 발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나온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한 유일한 여당 인사로서 자연스레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설명, 옹호하는 입장에 섰다.

토론 시간 정 의원에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이 개선됐다고 보는가”,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통과와 정부의 기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는 왜 그렇게 탈북자 보호에 소극적인가” 등 비판성 질문이 쏟아졌다.

정 의원은 “북한의 인권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남북 간 대화와 신뢰증진, 협력을 통한 효과적인 접근 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무엇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질을 제고하고 변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남북 화해협력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특히 북한이 최근 개방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외세가 아닌 남북이 관계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어 탈북자 문제에 대해 “탈북자들은 대부분 북.중 국경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중국 정부와 협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탈북자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대 김정일 위원장을 싸고 도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있고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외투를 벗기는 것은 돌풍이 아니라 햇볕이다” 등의 말로는 이날 대회 참가자들의 ’추궁’을 막아내기 역부족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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