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은 4일 오후 3시부터 송파구민회관에서 민노당과 통합 문제를 최종 결정하는 ‘3차 임시 당대회’를 시작했다. 대회장은 개회 전부터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쪽과 ‘종북주의 정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대회장 입구부터 등장한 통합 찬반(贊反) 당원들의 피켓 시위는 ‘당 사수’와 ‘통합’의 갈림길에 선 진보정당의 현실을 대변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인사말에서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라면서 “진보신당의 당대회 결과를 포함하여 내년 총선까지 새로운 진보정당이 건설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해 대의원들에게 찬성 표결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새통합 정당이 건설되면 입당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분들 중에 저나 동지들도 깜짝 놀랄만한 사람도 있다. 그분이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에 오셔서 같이 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다시 한 번 표결에 민감한 발언을 했다.
조 대표는 “진보정당 통합을 추진한 내가 진보정당 건설에 실패한다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새통합 정당이 난항에 부딪히고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으로 보고 있어서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당내에서 통합정당에 국민참여당의 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의식한 듯 ‘국참당은 통합의 대상이 아닌 연대의 대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참당과의 통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국참당의 참여는 양당의 합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진보신당의 합의 없이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통합 진보정당의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연평도 도발과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하는 원칙을 계속해서 지켜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당이 대북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해서 두루뭉술하게 봉합하는 선에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국민의 눈에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대회에 참여한 당원들의 입장은 명확히 갈려 있는 듯 했다. 서울시 중랑구 당원 김문철 씨는 “(현재는) 소수의 입장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며 통합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씨는 이어 “그 과정에서 해결되지 못한 (종북주의) 문제는 차후에 당원들의 뜻과 지혜로 풀어야 한다”면서 “만약 부결 될 경우에는 주요 지도부는 당원들의 뜻인 만큼 수용하고 멀리 내다보고 당을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조 대표, 노회찬 상임고문, 심상정 상임고문 등을 염두에 둔 말이다.
경기도 안양시 당원 임모 씨도 “통합을 지지한다”면서 “거대한 조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 씨는 “(민노당과의) 차이를 부각시켜 운영이나 이념으로 선전하기보다는 대중의 확보와 진보정당의 가치를 서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정당이 건설되면 새로운 지도부가 (민노당의) 종북주의적인 성향을 제어하고 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그들(민노당)은 극복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참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정당으로의 통합이 아닌 선거연대 차원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성북구 당원 민철식(남) 씨는 통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 씨는 “진보신당으로 건설된 지 3년 밖에 안 되었다”면서 “(진보정치에 대한) 실험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고 덜 끝난 상황에서 연대정도로 할 수도 있는데, 통합을 한다는 것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만을 위해 통합을 하는 것은 결국 ‘금배찌연합’에 불과하다”면서 “만약 통합안이 가결되면 탈당해서 낙선운동을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다른 통합 반대 입장을 밝힌 김현미 성북구 대의원은 “무조건 북한사랑 민주노동당 합당, 종북주의·패권주의 해소 없는 통합은 동상이몽”이라며 “민노당과 통합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표결 결과를 묻는 질문에 “몇 표 차이로 가결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당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물음에 “다음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지금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결이 되든지 가결이 되든지 몇 표 차이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당 대회는 대의원 총수 474명 중 재석대의원 330명으로 의사정족수 요건인 235명을 넘어 성사됐으며, 통합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오후 9시가 돼서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