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의 길을 막지 마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15년 7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43차 대사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조성길, 이태리 임시 대리대사가 이태리 당국에 망명을 요청했습니다.

조성길은 2015년 3등 서기관으로 이태리에 파견됐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국제규약을 어기고 핵시험을 하자, 유엔에서 제재를 결의했고, 유엔 결의에 따라 2017년 이태리 정부는 당시 문정남 대사를 추방했습니다. 당국은 3등 서기관 조성길을 1등 서기관으로 승급시키고, 임시 대리대사를 맡겼습니다.

이태리 대사관이 하는 일 가운데 중요한 일은 세 가지입니다. 우선 세계식량계획이라는 국제기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북한을 비롯해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에 식량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이태리 대사관은 또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 대한 외교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김정은이 교황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교황에게 전했습니다. 교황 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태리 대사관이 진행했을 것입니다. 이태리 대사관은 특히, 김정은 사치품 수입을 담당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유엔제재 때문에 유럽에서 공개적으로 사치품을 들여오기 어렵습니다. 이태리 대사관은 이태리 현지 상인을 내세워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사치품을 구입한 후, 북한으로 운송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유럽에서도 특히 중요한 임무를 담당했던 이태리 대사관 대리 대사 조성길이 망명을 요청했습니다. 사실, 해외에서 일하는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망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망명자가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서도 망명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에 파견됐던 과학참사 부부가 망명했고, 불가리아 무역서기관 부부가 망명했으며, 영국 공사 태영호 가족이 망명했습니다. 2015년에는 김정일의 유럽 금고지기였던, 김명철이 가족을 데리고 망명했습니다. 조성길은 평양 외국어 대학 프랑스과를 졸업했고, 이태리어에도 능했습니다. 해외에 파견된 관료들은 능력이 출중할뿐 아니라, 충성심도 높던 사람들입니다. 왜 그들이 사랑하는 조국과 일가친척들을 뒤로 한 채, 줄을 이어 김정은 정권의 품을 떠나는 걸까요?

전 영국공사 태영호는 자신이 망명을 한 이유는 세 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첫째,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둘째, 자유에 대한 갈망, 셋째, 자녀의 교육과 미래에 대한 절망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나가 살아보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만들어 놓은 나라가 지상낙원이 아니라, 가난하고 자유가 없는 지옥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고, 사랑하는 자식들이 더 이상 그런 나라에서 살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목숨을 걸고 망명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조성길 대리대사가 모습을 감춘 지난해 11월, 김정은 정권은 이태리 대사관에 보위원을 급파해 조성길을 잡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6년, 태영호 당시 주 영국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한 이후, 당시 보위성 간부 7~8명이 수용소에 수감되거나 처형됐다는 보도가 나왔는 데, 이번에도 숙청 바람이 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조성길 관련 인물들, 해외에 나와 있는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긴장과 불안 속에서 생활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관과 그 가족을 조사하고, 처벌하고, 처형하는 것으로 그들의 망명행진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 풍요를 주고, 자녀들이 학교에서 진실을 배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은 자유와 자녀의 미래를 찾아 떠난 조성길의 길을 막을 것이 아니라, 인민의 행복을 위해 변화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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