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우길 걸 우겨라

▲ CNN이 방영한 ‘은둔국가의 비밀’의 한 장면

지난 3월 처음으로 공개되었던 북한의 공개총살 동영상에 대해 북한이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맨 먼저 일본의 N-TV에서 방영하였고, 국내에는 DailyNK가 처음으로 보도했으며, 이후 국회와 유엔인권위, 각종 북한인권대회에서 상영될 때에는 침묵하고 있다가 세계적인 언론매체인 CNN이 전 세계에 보도하자 이제야 반응을 보인 것이다.

지난 26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사는 ‘어용나팔수 CNN의 가소로운 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북한의 공개총살을 주 내용으로 하는 CNN의 다큐멘터리가 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북한의 주장을 한번 들어보자.

“록화물이 방영되자마자 우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는 등장한 《배우》들의 말씨와 옷차림 그리고 현지 촬영장소의 배경만 보아도 그것이 조선의 현실과 너무도 맞지 않는 조작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반영들이 나오고 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럼 수많은 군중이 운집하고, 재판의 전 과정을 생생히 보고 들을 수 있으며, ‘쏴’하는 구령소리와 인민군의 복장까지 또렷한 동영상을 어디서 만들어내기라도 했단 말인가? 중국에서 조선말로 재판을 했단 말인가, 아니면 한국이나 일본에 촬영장이라도 만들어 영화를 찍었단 말인가? 촬영장소의 배경만 보아도 북한과 다르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우기고 있는데, 삼척동자가 보아도 그곳은 북한이지 중동이나 아프리카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영상을 조작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낯두꺼운 조작과 거짓말을 많이 해본 사람일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에서 우리가 눈 여겨 볼 점은 직설적으로 “말씨와 옷차림, 그리고 현지 촬영장소가 북한과 다르다”라고 주장하지 않고 “우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는~”이라고 인용하는 어법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논평을 작성한 조선중앙통신의 작가도 수 차례 공개총살을 보아왔던 바, 직설적으로 ‘아니다’라고 말을 하기는 힘들었나 보다. 독재정권의 시녀로 펜을 놀려야 하는 작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여하튼 이번에 북한은 명백히 영상으로 찍힌 사실에 대해서도 부정하는 철면피한 기질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하긴 김정일이 직접 지령을 내려 파견한 공작원이 “내가 비행기를 폭파했다”고 시인한 것 조차도 아니라고 발뺌하는 북한인데 ‘그깟’ 영상을 조작이라고 우겨대는 일 쯤이야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것이다.

오늘은 우겨댈 수 있고 내일은 감출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영원히 은폐하고 조작할 수 있는 진실이란 없으며,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독재정권도 없다. 스스로 시인하지 않는다면 결국 누군가에 의해 벗겨져 독재정권의 추악한 속살이 훤히 드러날 날이 곧 찾아올 것이다. 아무리 막고 막아도 고통 속에 신음하는 북한 인민의 목소리는 바야흐로 전 세계에 메아리칠 것이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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