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2월 23일>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군단 급 지휘성원들까지 참석하였다고 하니, 사실상 조선인민군 수뇌부가 한 곳에 모인 셈입니다. 이 자리에서 인민군대의 ‘정치사상’과 ‘도덕’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정치사상 문제란 백두혈통, 즉 김정은 일가의 군대가 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도 인민군대가 규율을 잘 지키고 인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뜻에서 ‘도덕 강군’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정치사상 강군’과 ‘도덕 강군’은 그 의미상 모순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군대는 인민에게 복무한다는 사상을 가져야만 인민을 보위하는 도덕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군대가 지도자 개인에게만 충성한다면 그것은 봉건주의지, 사회주의에서 더더구나 인민이 주인이라는 북한 사회에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봉건사상에 의존하는 군대가 고상한 사회주의 도덕을 갖출 수는 없다는 것은 너무나 빤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군대는 총사령관의 지시를 따르는 존재입니다. 총사령관이 어떻게 선출됐는지 살펴보면, 그 나라 군대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김일성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최고사령관이 됐습니다. 김정일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최고사령관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고작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최고사령관 자리를 꿰찼습니다. 인민의 대표기구에서 최고사령관을 임명하던 전통이, 이제는 소수의 당 간부들 손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인민의 군대에서 당의 군대로, 다시 한 개인의 군대로 그 의미가 점차 축소됐습니다.
김정은이 인민군대에게 군대다운 군대를 요구하려면 먼저 인민군대를 제자리에 돌려놔야 합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이렇게 산만한 기구체제를 정비해서 인민군대를 인민의 대표기관 아래에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사령관 자신부터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 합니다. 인민군대를 ‘김정은 군대’라고 부르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입니다. ‘우리는 봉건 군대입니다’라고 공공연히 떠드는 것과 같습니다. 인민군대는 이제 더 이상 김정은 개인의 군대가 아니라 인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김정은은 이것을 꼭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