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반도 비핵화’에 南언론, 전문가 ‘헛다리’

▲ 김정일은 부쩍 미국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다음주 중 개최되는 4차 6자회담에서 당장 의미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는 가운데 그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11일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미국이 특별히 내놓을 당근이 없을 것으로 보여 극적 타결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6자회담 복귀를 결심한 북한이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강조한 것은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기됐다.

참여정부나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의 뻣뻣한 자세가 유연해지지 않으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번번이 제기해왔다. 이들은 제 2차 북핵 위기가 고조된 책임을 상당 부분 미국에게 물었다.

연합뉴스는 11일 북한 노동신문 논평을 전하면서 “미국과 관계 정상화만 이루어진다면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고 체제 전복도 노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며 이것은 곧 북한의 핵 포기를 의미한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고 보도했다.

결국 북한도 핵개발에 상당한 부담이 따른 만큼 핵 보유 필요성이 제거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다.

‘조선반도 핵문제’, 결국 미국 책임론 부각할 것

북한 외무성은 10일 6자회담 복귀 발표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강조하는 ‘조선반도 핵문제’는 ‘미국이 적대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하게 됐다’는 미국 위협에 맞선 북한 핵무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한 배경에는 핵개발의 책임을 미국에게 떠넘기기 위한 선전 전략의 일환이다. 북한은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을 강조해왔다. 북한 핵무기 개발 의혹을 ‘미제의 모략’으로 치부했다.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HEU)을 통한 핵개발이 들통나면서 미국 책임론을 펴기 시작했다. HEU 프로그램을 시인한 후 2002년 10월 25일 외무성 성명부터 노골적으로 ‘조선반도의 핵문제’는 미국의 위협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을 펴오고 있다.

핵개발 정당화 선전전

<통일연대>는 12일 “라이스 장관이 한반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 등으로 자극하지 말고 모처럼 재개키로 합의된 제4차 6자회담에 적극 나서라”고 주장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포기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이라면서 “사실 이것은 자신의 핵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강조는 군축회담 및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핵 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동등하게 협상할 것이며, 핵잠수함 기항 가능성 제거 등을 비롯하여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

래리 닉시 미국 의회 조사국(CRS)연구원은 12일 RFA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주변국들은 비록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전략은 북한 핵문제 해결 의지와는 무관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히려 시간 끌기로 나오면서 핵무기고를 늘이고 핵 보유국으로 굳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북한은 그 책임을 또 다시 미국에게 전가시키려는 이중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메이저 언론들은 북한의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