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나쁜 게 아니라, 한 인간이 나빠”

▲지난해 10월 칭다오 한국학교 진입 탈북자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국 광주에 머물고 있는 북조선 난민 중에 한 사람입니다.

제가 중국에 온 지도 이젠 이미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답니다. 2년 전에 중국에 와서 말로 다하지 못할 고통과 슬픔, 외로움과 아픔, 서러움을 혼자서 삼키며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어찌나 빠른지 벌써 2주년을 중국에서 보내게 되네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젠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물지는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내가 한발을 내디딜 수 있는 앞길을 반걸음밖에 나아가지 못하게 하니까요. 과거를 생각하되 앞날의 답을 찾는 유용한 생각을 하는 것이 새로운 해를 맞는 모든 사람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에 조국(북조선)에 있을 땐 저도 탈북자들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많이 가졌던 사람입니다. 그렇나 제가 직접 중국에 들어와보니 나의 그런 과거가 너무나 잘못되었음을 깨우쳤습니다. 내가 당해보니까, 뼈저리게 마음으로 느끼고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도 남몰래 컴퓨터 앞에서 내 고향, 나와 같은 처지에 있을 동료들, 그리고 조국에 남아있을 내 형제를 그리면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간절히 기도한답니다. 조국이 빨리 통일되게 해달라고.

지금도 고생하고 계실 고향의 부모님과 동생, 친척, 친구들을 더듬어 생각을 떠올립니다. 내 고향에선, 그래도 별로 가진 것은 없어도, 설날에 마음 하나만은 너무나 즐거웠는데……. 이국에서 맞는 설날은 나를 서럽게 하네요.

지금 운영자님이 보내주신 뉴스를 봤습니다.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도 대합실과 재무지(잿더미)에서 추운 겨울을 떨며 보내고, 굶주림에 지쳐 장마당에서 국수오리(올)를 주워먹던 그 아이들이 눈에 선하게 떠올라, 중국 땅에서는 흔하디 흔한 입쌀밥 한술을 입에다 넣으면서도 목에 잘 넘어가지 않아 어떤 때는 밥을 못 먹을 때도 있답니다.

왜 우리는 저렇게 살아야 되는지, 왜 그런 고통을 당해야 되는지, 왜 죽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죽어야 하는지……. 그런 내 고향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에겐 무엇이 필요한지, 나는 왜 이 땅에서 이 지경으로 공포와 외로움과 고독 속에 살아야 되는지…….

이젠 조금씩 알만한 것 같습니다. 조국이 나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나쁨으로 인해 내 조국이 다른 나라들에게 불쌍함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지요. 잘못된 지도자를 따라 가다가 수많은 인민들이 풍비박산 난 것이지요. 그 ‘한 인간’을 증오하며, 그 인간은 세계의 심판 속에 꼭 처단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죄송합니다. 말이 너무 많아졌네요. 오늘도 혼자서 일터에서 일하면서 마음속에 이 맺힌 원한을 풀 길이 없어 짜증나는 소리가 하게 되네요.

운영자님께 부탁합니다. 새해에는 새로운 뉴스를 많이 부탁드립니다. 뉴스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를 배울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님도 올해에는 꼭 하늘의 복을 받고, 인간의 복을 받아 아름다운 소망을 실천으로 이루어 내는 소중한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할께요. 저 같은 사람들 위해서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몸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꼭 새로운 뉴스를 부탁합니다. 내 나라 정보를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6년 1월 1일

중국 광주에서

* 위 편지는 중국의 남방도시 광저우(廣州)에 체류 중인 탈북자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인 ‘백두산네트워크’ 운영자에게 보낸 이메일입니다. ‘백두산네트워크’는 데일리NK와 자유북한방송 등의 기사를 비롯해 북한관련 각종 정보를 종합 전달하고 있으며 탈북자들의 국내입국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입니다.

아직도 중국에는 약 3~5만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위 이메일을 보낸 탈북자와 같이 한반도 남북의 거리보다 몇 배는 먼 중국 남방도시에까지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명절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북한이 민주화되어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흥겨운 새해 벽두에도 수 만 탈북자들의 아픔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재중(在中) 탈북자가 보내온 편지를 싣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맞춤법과 문장을 약간 수정하였음을 밝혀둡니다.

데일리NK 편집부 dailyn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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