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수호자들처럼 투쟁해야”…北, 국경서 코로나 방역 고삐 죈다

[연선주민정치사업자료 입수] "식량과 된장, 남새만 있으면 된다는 각오다져야"...난관 극복 강조

연선주민정치사업 자료
연선주민정치사업 자료.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최근 국경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강연을 개최하고 방역에 고삐를 한층 조이는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데일리NK는 이날, 지난달에 배포된 ‘조국보위전, 인민보위전의 최전방인 연선지대의 방역 진지를 더욱 굳건히 다져나가자’는 제목의 ‘연선 주민 정치 사업 자료’를 입수했다.

자료는 일단 “오늘의 비상방역대전이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매우 중대차한 사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모두가 1950년대의 조국수호자들처럼 살며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이 과거 고난을 극복한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을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에 ‘1950년대 조국수호자’는 승리의 상징이자 전후 복구 사업을 일궈낸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자료는 “1950년대 조국수호자들은 ‘모든 것을 전쟁 승리를 위하여’라는 당의 호소를 높이 받들었다”면서 “온갖 에로와 난관을 이겨내면서 피로써 나라와 인민의 운명을 지켜 싸웠다”고 했다.

당을 중심으로 한 방역 사업에 철저히 임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사상적 결속력도 높이려는 의도이다.

이어 자료는 “우리는 1950년대 전승 세대들이 발휘한 조국수호정신과 넋을 이어야 한다”면서 “식량과 된장, 남새(채소)만 있으며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을 지킬 수 있다는 각오를 가지고 오늘의 방역 진지를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량부족 문제에 연연하지 말고 방역사업을 철저히 하라는 말로 폴이된다. 내부 식량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는 모습이다.

연선주민정치사업 자료
연선주민정치사업 자료. /사진=데일리NK

또한, 북한 당국은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료는 지난해 7월 개성으로 월북한 탈북자 사건, 9월 자강도 장강군 불법 밀입국 사건, 11월 라선시 선봉구역 후암지구의 완충지대 침입 사건 등을 예시로 들었다.

특히, 자료에는 지난해 8월 삼지연시에서 비법월경자가 밀입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해 8월 중국에 넘어가 살던 20대 북한 여성이 압록강을 건너 양강도 삼지연시로 들어와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비법월경자 中서 삼지연 넘어와…개성 이어 양강도 봉쇄?)

북한 당국이 언급한 사례는 본지가 보도한 내용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당국은 동물에 의한 코로나19 전파에도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는 “(자강도) 초산군에서 일부 농장원들이 옹노(올무)를 놓아 잡은 멧돼지를 비상방역법을 어기며 제멋대로 처리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면서 “(강원도) 철원군에서는 한 로동자(노동자)가 집에서 기르던 개가 물어온 죽은 노루를 비상방역법을 어기고 제멋대로 처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 당국이 국경에 접근하는 새, 고양이 등 각종 동물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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