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평화적 核허용’ 왜 자꾸 불거지나?

▲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두고 조율중인 한미 양국

이른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 휴회 기간 동안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대북 유화론자를 중심으로 ‘조건부 핵 이용권 보장’을 절충안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2박 3일간 북한을 방문한 테드 터너 전 CNN 회장은 15일 서울에서 “북한 고위 당국자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바란다”고 말하고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서는 평화적 원자력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국제적 사찰을 받아들인다면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허용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는 상당히 합리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1일 <미디어 다음>과 인터뷰에서 “북한도 마땅히 농업용•의료용•발전 등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해 한∙미간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언론사 정치부장과의 간담회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든 가지고 있는 당연한 권리”라며 “다만 북한이 국제사회 신뢰를 획득하는데 걸리는 시간만큼이 조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美, “평화적 핵이용 6자회담 의제 될 수 없어”

이번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하며 평화적 핵 이용권은 6자회담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과 당분간 행보를 같이 한다는 것. 그러나 국제사회의 신뢰라는 전제가 채워지면 추후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사전에 각인시키면서 북한이 합의에 나올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을 폐기하고 NPT에 재가입하고 추가의정서에 따른 사찰을 충실히 수행할 경우 국제사회 신뢰가 회복될 수 있고, 그때 가서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권을 가질 수 있다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대로 당장 지금 진행되는 6자회담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보장해주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평화적 핵 이용 또한 핵무기 개발 사이클 초기 단계에 포함돼 있는데다, 전력생산 목적이라고 강변해온 영변 5MW원자로에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결코 수용하지 않고 있다.

경수로 또한 9개월이면 무기급 플루투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어온 만큼, 건설 재개가 받아들여지기 힘든 상태다.

6자회담 북한측 수석 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우리는 핵에너지의 평화적인 이용을 원하며 이는 우리가 직면한 긴박한 문제”라며 “우리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이는 매우 적절한 정책이고 이것이 우리가 이 분야에서 양보할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北, 평화적 핵이용권 악용해 수차례 핵개발

그는 “만약 우리가 경수로를 가동해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면 엄격한 감독 아래 둘 수도 있다”면서 “미국이 직접 (감독에) 참여할 수도 있고, 아니면 미국이 믿는 다른 나라가 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신뢰하지 않은 분위기.

북한은 이미 IAEA 감독을 받고 있던 1992년에도 플루토늄 신고량과 핵사찰에서 드러난 추출량에서 ‘중대한 불일치’를 보였고 미신고 핵시설 2곳의 사찰을 수용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이 문제로 IAEA가 특별사찰을 추진하자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1993년 3월 NPT 탈퇴를 선언했다. 북한이 5MW 원자로에서 일방적으로 연료봉 인출을 강행하자 IAEA는 북한을 유엔안보리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HEU) 핵프로그램 의혹을 받고 IAEA 이사회에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와 모든 핵시설에 대한 사찰 수용 결의안이 채택되자 IAEA 사찰관 2명을 추방하고 봉인제거, 연료봉 인출과 재처리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급기야 올해 2월 10일에는 핵 보유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 “미국과 조건부 수용 여부 협의 단계”

한국 정부는 NPT 복귀 및 사찰을 통해 투명성이 확보되면 북한과 평화적 핵 이용을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반영되도록 미국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18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협상에서 나타나는 (미국의)태도와 실제 태도가 같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말할 상황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ㆍ미간 의견을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오는 23일 워싱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만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평화적 핵 이용에 관해 “미국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권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마당에 쉽사리 조건부 보장이라는 카드를 꺼낼 경우 북한의 협상력만 제고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국방연구원 김태우 군비통제연구실장은 “미국이 조건부 평화적 핵이용 수용 여부는 국제적 관례, 북한의 신뢰성, 한미동맹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면서 “한국 정부는 6자회담을 풀어가기 위해 융통성을 발휘해줄 것을 미국에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어 “8.15를 경과하면서 남북 접근이 긴밀해지자 미국이 긴장하는 조짐이 보인다”면서 “이번 민족대축전 이후 미국의 태도가 경색돼 조건부 평화적 핵 이용권 수용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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