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남북 핵포기 합의 후 4者 평화협정 주장할 것”

▲ 자신을 스스로 ‘글쓰는 기계’로 표현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인터뷰 바로 직전까지 남북 정상회담 관련 글을 쓰고 있었다 ⓒ데일리NK

“남북이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포기에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정상회담을 열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채결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이달 28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정상회담 추진을 강하게 비판해온 조갑제 前 월간조선 대표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나라 보수우익의 대표주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조 전 대표를 10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그는 글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스스로를 ‘글 쓰는 기계’로 표현한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다가도 대뜸 사전을 꺼내들고는 무엇인가를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쓰던 글을 마무리하고서야 진행됐다.

예상대로 정상회담과 관련한 글을 쓰고 있던 그는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자신이 오판했음을 자인했다. 그러면서 “노무현과 김정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자신들의 선동에 속을 것으로 오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정상회담’이 아닌 ‘제2차 평양회담’에 불과하다고 규정한 조 전 대표는 “회담의 전략적 목표는 국민들로부터 조롱받고 있는 좌파 후보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 회담에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한반도 평화선언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남북이 핵무기를 포기한다고 합의한 후,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정상회담을 열어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이 체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제조건으로는 북핵 폐기와 전쟁 종식, 한국전쟁 책임자 처벌과 배상,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북한인권 문제 해결 등을 제시했다.

“남한 대선에서의 좌파정권 연장이 남과 북의 공통된 목적”이라고 분석한 조 전 대표는 “김정일은 보다 많은 경제 지원을 약속 받으려 할 것이고, 남측에서도 정상회담 대가로 북측의 요구를 들어주려 하겠지만 유엔(UN) 안보리 제재안과의 충돌을 고민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두 번째 회담인 만큼 국민들을 현혹시킬 만한 성과를 제시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한 그는 “국군포로나 납북자 몇 명을 돌려보낸다든지 김정일이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할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핵심은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면서 ‘비핵화’의 함정을 우려했다.

즉, 김정일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은 ‘한반도 비핵지대화’로써 한반도 내에는 핵이 배치되거나 반입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핵우산을 거두라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新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새로운 대북정책이라는 것을 자세하게 읽어봤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용어가 유치원생 수준이다. 한마디로 쓰레기 같다”고 폄훼한 그는 “요즘은 당론이 아니라고 한발 후퇴했지만 한심한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 조 전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이 실제 열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데일리NK

보수진영에서 ‘한나라당 빅2를 대체할 제3의 후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빅2가 중도에 문제에 봉착했을 때 대체론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선명 우파 후보가 떠오르는 게 아니라 이회창과 같은 기존 인사들이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이 보수우파 진영을 대변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당위론적이긴 하지만 ‘자유 통일’을 지향하는 확실한 보수 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우리 정당구조가 선명 우파정당과 중도 우파정당이 경쟁하고, 극좌 정당과 좌파 정당이 경쟁하는 구도로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명한 우파정당을 만드는 데 직접 들어가서 참여할 수 있는 입장은 아직 아니다”면서도 “그런 정당이 만들어지는 데 말이나 글을 통해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들이 중심이 돼야 자유 통일이 될 수 있다. 21세기 화랑도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12월 대선에서의 가장 큰 변수로는 후보에 대한 테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선거법을 개정해 후보에 대한 테러가 일어났을 경우 선거를 연장하거나 후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빨리 마련돼야 테러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념적으로 ‘정통 보수’를 자임하는 조 전 대표는 ‘뉴라이트 운동 진영’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뉴라이트 핵심 진영에 대해 “과거 한때 사회주의 이념과 친북 노선을 걸었다가 거기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다시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돌아온 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지옥을 본 사람이 천국의 가치를 안다’는 말이 있듯이 대단히 희망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뉴라이트 세력이 정통 보수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젊은 뉴라이트 리더들을) 밀어주고 키워줘야 한다”면서 “대신 이 사람들도 선배 세대들이 이룩해 놓은 것들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라이트 운동 진영에서 조직을 많이 만들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애국행동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에게 임팩트를 줄 만큼 세를 형성하지도 못했다”며 “행동의 양이 많아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