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주년 광복절을 맞아 중앙경축식을 비롯해 광복절 노래 제창 및 만세삼창, 태극기 달기 캠페인, 걷기 및 마라톤 대회 등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과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날로, 1949년 법정공휴일로 제정됐다.
그렇다면 8월 15일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북한은 8월 15일을 ‘조국해방의 날’로 부르며 한국과 같이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광복절은 민속 명절을 제외하고 한국과 북한의 유일한 기념일이기도 하다.
북한 주민들은 8월 15일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을 찾아 참배한다. 북한 매체들은 매년 8월 15일 각계층 근로자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헌화했다는 소식과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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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지난해 8월 16일 조국해방(광복절) 68돌을 맞아 군인들과 주민들이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을 참배하고 “조국해방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하시고 이 땅위에 자주·자립·자위의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워주신 백두산 절세위인들”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930년대 김일성의 항일 무장투쟁을 끊임없이 역사에 포함시켜 왔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 주체의 광복군을 만들어 일본을 쳐부수고 조국을 해방했다고 역사를 왜곡해서 가르치고 있다.
김일성이 만주에서 소규모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의 해방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함에 따라 소련과 미국이 남북에 주둔하고 일본이 퇴각한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또 북한은 김일성의 빨치산 투쟁을 과장하고 ‘혁명전통을 대를 이어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구실 아래 김정일에게 권력을 세습적으로 넘겨주기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김정일 역시 선군정치에 대한 정당성의 뿌리를 항일무장투쟁에서 찾고 주민들에게 선전했다.
북한은 매체를 동원해 북한식 역사왜곡을 하기도 한다. 노동신문은 14일 6면 중 4면에 걸쳐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에 관한 글을 게재하고 미화했다.
지난 13일에는 “위대한 김일성 장군님께서 조직지휘하신 항일무장투쟁의 빛나는 승리로 1945년 8월 15일 드디어 조국해방의 역사적 사변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선전했다.
2012년에는 김일성을 찬양하는 글 12개를 노동신문에 게재하고 김일성 덕에 일제로부터 해방됐다는 논조를 강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북한의 선전과 달리 주민들에게 8·15(광복절)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지적이다.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성과만 선전할 뿐 국가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에게 광복절은 김일성이 나라를 찾아준 날이다. 북한 주민 대부분은 광복절을 ‘8·15’라고 하지만 2000년대 초반 ‘광복절’이라는 단어가 신문과 엽서에 등장하면서 광복절이라는 단어를 쓰는 주민들이 생겼다.
또한 8월 15일이 되면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에서도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과 관련된 강연을 진행한다. 김일성이 백두산에서 항일무장투쟁활동을 진행해 해방을 이끌어냈다고 선전하기 위한 의도인 것이다.
한 탈북자는 데일리NK에 “북한 당국은 김일성의 업적과 성과를 계속해서 선전하지만 광복절은 김일성·김정일 생일도 아니고 가을에 주민들이 바쁘기 때문에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들끓지는 않는다”면서 “큰 도시에서는 ‘경축야유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백두산 답사를 하면서 역사 교육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안중근 의사를 반일 애국열사로 평가해 역사 특집 방송을 내보내고 김구도 방송에 등장한 적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알지만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만세 시위운동을 한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는 모른다”면서 “북한은 태극기를 허용하지 않는데 유관순 열사를 언급하려면 태극기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북한이 8월 15일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미화하고 성과만을 강조하는데 주민들은 대부분 당국의 선전을 믿는다”면서 “그러나 광복절은 국가적인 행사일 뿐 주민들에게는 명절이라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8·15가 되면 인민반에서 꽃다발을 들고 헌화하러 가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지 않는다”면서 “광복절이 법정공휴일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밤에 야유회를 열어 춤을 추는 등 자체적으로 즐기는 모습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