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차 유엔인권위 파행 불가피할 듯

국제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유엔내 최고 기구인 유엔인권위원회가 파행을 맞고 있다.

유엔인권위는 당초 합의된 일정대로라면 13일 제네바에서 제62차 연례회의를 개막, 6주동안 진행키로 돼 있으며 이를 대체할 신설 기구인 유엔인권이사회가 설립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올해 회기가 마지막이 된다.

그러나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권이사회 신설 협상이 계속 차질을 빚으면서 제네바에서 개막되는 유엔인권위의 연례 회의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올해 회의가 마지막이 되는 만큼 인권이사회의 구성과 출범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53개 인권위 이사국들의 대체적 입장.

이사회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5월에 이사국을 선출하고 6월에 첫 회의를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권이사회 설립 협상은 기대와 달리,지난해말부터 계속 시한을 넘기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얀 엘리아손 유엔총회 의장이 내놓은 절충안에 대해 미국은 인권에 문제 있는 국가들의 이사국 진출은 규제돼야 한다며 수용을 거부하고 있어 타결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최대 쟁점은 이사국의 숫자와 선출 문제. 이사국 피선 조건을 절충안의 과반이 아닌, 전체 유엔회원국 3분의2의 찬성으로 결정하자는 것과 이사국 수도 절충안의 43개국보다 크게 줄어든 30개국으로 줄이자는 것이 미국측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엘리아손 의장은 지난 10일까지를 합의 시한으로 정해놓았으나 결국 이를 1주일 연기하고 말았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인권위측도 개막일이 임박함에 따라 지난 며칠간 일정 조정 문제를 긴급히 논의해왔다.

소식통들은 인권위가 13일 일단 개막은 하되, 1주일간 정회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46년 출범한 이후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권위의 모양새가 철저하게 구겨지고 있는 셈이다.

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16일 의장에 마누엘 로드리게스 쿠아드로스 제네바 주재 페루 대사가 선임한 뒤 3월 회의를 준비해왔으나 벌써부터 인권이사회를 의식해 회의 기간과 의제 자체를 놓고 이견을 노출해왔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회의를 3주 정도로 단축하자는가 하면 마지막 회의인 만큼 종전과 달리 위원회의 활동을 결산하고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의제를 다루자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해마다 유엔 인권위를 찾는 단골 손님들은 물론 참가를 계획한 각국 고위 관리들도 일정을 정하지 못해 답답해 하는 모습이다. 천정배 한국 법무장관이 당초 참가를 계획했다가 막판에 이를 취소한 것도 인권위의 갈지자 행보 때문.

또 올해 인권위가 이처럼 횡보를 거듭함에 따라 회의가 속개된다고 해도 국별 인권결의안과 같은 실질적 의제의 논의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3년간 연속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