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서해교전’과 김정일 南 대선전략 함수는?

7월 2일 노동신문은 “5월 초부터 노골화돼온 남조선 해군 함정의 우리 측 영해 침범 행위는 6월 중순에 이르러 하루 평균 7~8차, 최고 36차에 이르는 때도 있었다”며 “현지 군사령관에게 발포권까지 부여된 상태에서 벌어지는 모험적인 도발 행위로 이 수역에서는 임의의 시각에 제3의 ‘서해교전’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떠돌고 있다. 이제 다시 이곳에서 무장충돌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대선의 해에 일어나는 북한의 무력도발은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대북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에게 유리하고, 이 점은 김정일 정권의 대선개입 목표와는 완전히 모순된다. 즉 “햇볕정책의 결과가 핵개발과 무력도발이냐?”라는 비판이 국민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그리고 수십명에 이르는 이른바 범여권 대선후보들의 분명한 공통점이 “햇볕정책의 지속”이라는 점에서 김정일이 대선을 몇 개월 앞둔 지금 제3의 서해교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장병 6명이 산화한 지난번 서해교전도 대선의 해인 2002년 6월에, 게다가 세계적 축제인 월드컵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일어났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당시 한국의 친북좌파들은 북한의 눈치 없는 무력도발에 분명 당혹해 했다. 이 당혹스러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친북좌파들은 “서해교전은 우발적 충돌이었다” 혹은 “NLL 자체가 잘못된 정전체제의 산물이다” 등등의 이유를 내세워 북한정권의 연루사실을 호도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특히 선거를 불과 2달 앞둔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계획이 들통 났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공약 1번으로 내세운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물론 김대업이 노후보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지난 대선의 승패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고, 그 중 하나가 “이회창 후보가 승리하면 반드시 전쟁이 날 것이다”라는, 보수를 전쟁광으로 몰고 갔던 노무현식 ‘평화파-전쟁파 패가르기 전략’이 국민들에게 먹혔음도 사실이다.

간단히 말해 남북 간의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보수파가 유리했던 과거의 북풍(北風)식 선거 상황은 2002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거꾸로 햇볕정책에 의한 남북화해 분위기와 ‘우리민족끼리’라는 폐쇄적 민족주의가 먹혀들어간 한국사회에서는 남북 간의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한미군사동맹에 의한 전쟁억지력과 강경대응을 강조하는 보수파가 오히려 외세를 등에 업은 전쟁광으로, 그리고 북한의 무력도발을 온갖 궤변으로 정당화하는 친북좌파가 평화세력으로 둔갑해 버렸다.

지난 서해교전에서 죽음으로 조국의 영해를 지킨 젊은 장병들의 장례식과 추모식을 대통령과 국방장관, 그리고 심지어 합참의장까지 수년간 보이코트 한 이유도 대북유화정책을 평화정책으로 둔갑시켜 국민의 무의식 속에 각인시키기 위한 세뇌전술이었고, 지금도 이런 둔갑술은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면면히 지속되고 있다.

北 도발해도 범여권은 ‘매저키즘 반응’ 가능성

지난 6월 25일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다시 서해상에서 무장충돌이 일어난다면 지난 시기의 서해교전과는 대비할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위협한 날, 노대통령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위로연에서 “끊임없이 상대를 경계하고 적대적 감정을 부추겨서는 신뢰를 쌓을 수 없습니다. 화해와 협력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분노와 증오의 감정도 어떻게든 지워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스스로가 “어떤 증오의 감정으로, 어떻게 끊임없이 상대를 경계하고 어떻게 적대적 감정을 부추겨서, 어떻게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하였는지”는 이제 더 이상 술자리의 이야기 거리도 되지 않으니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무력도발을 위협하는 집단에게 화해와 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계속 위협을 충동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성인군자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요한 점은, 만일 제3의 서해교전이 일어난다면 현 노무현 정권은 물론이고 세칭 범여권의 대선후보자 어느 누구도 이런 정치적 매저키즘(Masochism)을 치우고 당당하게 맞설 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기껏해야 유감의 표시 정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무력도발에 강경대응이란 생각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차라리 NLL에 대하여 전향적인 논의가 가능할 뿐더러 북한의 입장을 “평화의 이름으로” 반영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농후하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부시정권은 외교적 성과에 눈이 멀어 설사 제3의 서해교전이 일어나더라도 국지적 충돌에 그친다면 “당혹스럽다”는 정도의 성명서로 입을 다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에 있었던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의 결의에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다만 “당혹스럽다” 정도의 성명으로 때웠다.

서해 NLL과 北 대선 개입 방식은?

그러나 정말 불쌍한 쪽은 한나라당이다. 7월 4일 한나라당은 7대 목표와 5대 중점과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7대 목표는 ▲북핵 불용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및 통일기반 구축 ▲북한 개혁-개방을 통한 남북 상생공영 ▲북한 자립경제 기반 마련 ▲동북아시아 평화번영 토대 구축 ▲사회문화 교류를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 ▲북한인권 개선 및 인도적 현안 적극 해결. 5대 중점과제는 ▶비핵 평화체제 착근(着根) ▲경제공동체 형성 ▲통행-통신 협력체제 기반 구축 ▲인도적 협력 지원 ▲인권공동체 실현이라는 것으로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좋은 것들이다.

문제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겠다는 생각이 짝사랑이 되지 않으려면 북한이 호응해 주어야 한다는 점, 즉 개혁개방은 북한 스스로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위협이 사라져야 북한이 안심하고 개혁개방을 한다”는 신화가 날조되는 것도 이 지점이고, 이러한 문제가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바로 실패한 햇볕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10년동안 친북좌파정권의 각종 퍼주기와 비위 맞추기에도 문을 열지 않은 김정일이 별안간 “동북아시아의 탈냉전 흐름(정형근 의원)”을 깨달은 한나라당의 선심공세에 개혁개방을 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므로, 이번 한나라당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올해 대선에서 “냉전수구세력” “전쟁광”이라는 범여권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대남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좀더 합당할 듯하다.

그러나 만일 영변의 원자로 폐쇄를 전후해서, 혹은 핵무기 프로그램의 목록제시 등과 같은 2차 핵심조치를 전후해서 김정일이 제3의 서해교전을 도발한다면 한나라당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은 2.13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강경대응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한나라당이 노정권에게 대북 강경대응을 요구한다면 북한 정권은 한나라당을 “전쟁당”으로 몰아 부치고 범여권도 이에 가세하여 김정일은 2002년과 같은 대선 상황을 유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신대북정책을 순식간에 휴지조각처럼 버렸다는 안팎의 비난에도 시달릴 것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동북아시아의 탈냉전 흐름을 간과하지 않기 위하여” 북한의 무력도발에 유약하게 대응할 경우, 한나라당은 물론 한국의 보수파 전체가 내분에 빠질 것이다. 게다가 김정일은 한나라당을 길들이고 보수진영을 분열시키는 성과를 얻었음은 물론이고, 여기에 더하여 서해상의 NLL문제를 이른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로 삼아 대선 전에 ‘평화적’으로 주무른다면 아마도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제3의 서해교전이 일어날 경우 어떤 대북정책을 취하든 항상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은 말하기 좋고 듣기 좋은 소리만 모아 놓은 신대북정책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한나라당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거나, 핵을 포기하지 않거나, 국지적 무력도발 등 한국을 위협했을 때의 대북정책의 모습을 분명히 천명하여, 김정일이 ‘개혁과 몰락’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2트랙 정책”을 취했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상국가가 비정상국가를 대할 때 자연스럽게 취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제3의 서해교전의 발생은 한국 국민들의 판단에 달려 있기도 하다. 만일 대다수 국민이 김정일의 무력도발에 유약하게 반응하는 대선후보를 경멸하고, 강력하게 원칙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후보를 지지한다면 새로운 서해교전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고, 또 일어나더라도 범여권의 후보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른 한편 정상적 정책만이 정상적 국민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어떤 대선후보도 대북정책의 정상화를 천명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김정일이 올해 대선개입 전략의 하나로 제3의 서해교전을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3의 서해교전이 다시 일어난다면, 그 책임의 일단은 지난 서해교전에서 NLL을 지키다 장렬히 전사하였으나 이 젊은 희생들을 외면한 국군통수권자,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등과 부평초같이 소신 없는 정치가들에게 반드시 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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