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고난의 행군’ 온다면?…北정권 붕괴로 직행 가능성

유엔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가 발표되면서 북한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관측은 최근 북한관영매체들이 ‘고난의 정신’ ‘자주정신’ 강조가 나오면서 더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14일 노동신문은 “사회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가지고 신심과 낙관에 넘쳐 싸워나가자”고 촉구했고, 13일 민주조선도 “제2, 제3의 ‘고난의 행군’이 닥쳐온대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자신만만한 배짱과 담력으로 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매체의 이러한 선전은 핵실험을 강행할 때부터 북한당국이 이미 국제사회의 제재를 각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들 “국가 믿다가 굶어죽는다” 확실히 인식

90년대 중반 제1차 ‘고난의 행군’ 때는 3년간 3백만명의 아사자가 나왔다. 만약 이번 유엔 대북 결의안으로 제2차 고난의 행군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1차와 비교하면 무엇이 다를까?

90년대 ‘고난의 행군’은 지금처럼 국제적 제재가 없었다. 1차 핵위기로 미국의 ‘영변폭파설’까지 갔지만, 극적으로 제네바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했다.

3백만명의 아사자가 나온 것은 김일성 사후 ‘유훈통치’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개혁개방을 외면하고 오로지 ‘자력갱생’을 외친 결과 초래한 인재(人災)였다.

오직 당만 믿고 따르던 5만 여명의 군수공장 고급 기능공들을 비롯한 하층 충성분자들과 과학자, 기술자 등 인텔리들이 이 시기에 굶어죽었다.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90년대 당시에는 주민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당만 믿고 있다 졸지에 당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북한주민들이 이미 ‘면역’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먼저 주민들 속에서 “국가를 믿다가는 굶어 죽는다”는 자기생존 의식이 눈을 뜨게 되었다. 당시 암암리에 장사를 한 사람들은 굶어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또 지금 간부들은 ‘인민의 심부름꾼’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힘있을 때 제 살 궁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2000년 이후 주민들은 국가에서 식량을 주든 말든 식량을 가을부터 마련하며 자체로 살 궁리를 하고 있다. 도시주민들은 장사에, 지방 주민들은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지어 자체로 식량을 마련하고 있다.

7.1경제 조치 이후 자본주의 요소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주민들의 자생력도 확대되었다. 따라서 90년대 중반과 같은 대량아사는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영양부족에 의한 질병과 전염병 발생으로 사망자가 많이 생길 수 있다.

공업시설 인프라 완전 파괴될 것

세계식량계획(WFP),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95~96년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407만t, 96~97년 287만4천t이었다. 북한이 한해 필요로 하는 640만t에 훨씬 못 미쳤다.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대풍이 들었다는 작년 곡물생산은 480만t이었다. 때문에 이번에도 지난 90년대 ‘고난의 행군’때와 식량부족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제1차 고난의 행군 시기 노동자들은 전기가 없어 공장이 가동을 멈추자, 다니던 직장의 설비를 뜯어 팔아 식량과 바꾸어 먹었다. 공장 인프라가 상당 부분 파괴된 것이다.

96년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황해제철소 사건도 공장설비를 뜯어 팔아먹은 노동자들에 대한 진압작전이었다. 평안북도 의주군 ‘9월 제철소’ 출신 한 탈북자는 “고난의 행군 때 다 뜯어 팔고, 이번까지 뜯어 팔면 기둥뿌리를 뽑아 팔아 먹을 판”이라고 말했다.

90년대에 파괴된 인프라는 북한에서 자체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 98년 이후 다소 경제안정을 가져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복구가 불가능하고 극히 부분적으로 회복한 상태다.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가 관건이 될 것

이번에 제2 고난의 행군이 온다면 핵심은 중국과의 교역이다. 지난 3월 방북한 지린(吉林)대학 동북아연구원 쉬원지(徐文吉) 교수는 “북한시장에 중국상품이 약 70%를 점유했고, 북한제는 20%, 일본과 러시아 상품이 10%를 차지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북한시장에는 치솔, 치약, 비누 등 생필품으로부터 용접봉, 자동차 타이어, 비닐박막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중국산이다. 이같은 생필품이 끊길 경우 북한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이 대북유엔결의안을 어느 정도 성실히 이행하느냐가 관건이다.

대북투자에 발을 빼려는 중국 민간기업들이 늘어나는 것도 변수다. 북한의 핵실험 후 단둥(丹東) 지역을 비롯한 중국은행들의 대북송금 중단 소식이 전해지고, 중국기업들의 대북투자를 보류 혹은 취소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북중간 교역이 중단되고 민간인 밀무역 거래만 가지고는 북한전역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충족시키기는 역부족이다.

압록강지역에 철조망을 신설한다는 소식도 밀수거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입힐 전망이다. 양국간 공식 교역을 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밀무역까지 막히면 생필품을 비롯한 거의 모든 공산품을 중국으로부터 조달받는 북한주민들의 생활고는 한층 악화 되게 된다.

따라서 만약 이번에 북한당국이 제2 고난의 행군을 선포하게 되고 실제로 90년대 중반 같은 상황에 돌입할 경우, 김정일 정권은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절대로 국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을 것이다. 각자 생존의 길을 찾아 투쟁하면서 어떻게 하든 중국으로 탈출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군대와 주민간의 유혈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또 군대의 하급 간부 이하 군인들이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면 군인들이 탈영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90년대 중반처럼 그냥 앉아서 굶어죽으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하급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일탈행동을 할 경우, 김정일 정권도 붕괴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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